매일신문

[르포] 해상초계기 추락 순직 장병 4명 분향소 이튿날도 조문객 끊이지 않아

유가족들 몸 맞대고 온기 나누며 상실의 아픔 이겨내고 있어
해군, 민관군 합동사고조사위 꾸리고 본격 조사 착수

31일 오후 6시쯤 포항시 남구 해군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상초계기 순직 장병 4명의 합동분향소 영정 사진 앞에서 조문객이 애도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31일 오후 6시쯤 포항시 남구 해군항공사령부 체육관에 마련된 해상초계기 순직 장병 4명의 합동분향소 영정 사진 앞에서 조문객이 애도하고 있다. 배형욱 기자

31일 오후 6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해군항공사령부 체육관에 차려진 해군 해상초계기 순직 장병 4명의 합동분향소에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 분향소가 차려지고 나서 2천여 명이 다녀갔고, 이튿날인 이날 이보다 2배가 넘는 조문객이 분향소를 찾았다.

해군 관계자는 "하루가 완전히 지나야 정확힌 집계를 내고 있어 정확한 수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틀간 5천명 이상이 조문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분향소 양쪽으로 마련된 각각의 빈소에 앉아 찾아오는 조문객들의 위로를 간신히 받아주고 있었다.

20대 남성 조문객은 영정 사진 앞에서 입을 틀어막고 새어나오는 소리도 막으며 어깨를 부르르 떨기도 했다.

그는 "이렇게 말도 안되는 일이 어디 있냐"며 금세 붉어지고 퉁퉁 부은 눈을 옷깃으로 훔치며 분향소를 빠져나왔다.

빈소에 있는 유가족들은 서로 손을 꼭 잡고 있거나 어깨를 마주하며 조금의 체온이라도 나누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상실감에 무너지지 않도록 온기를 서로에게 억지로라도 밀어넣는 듯 했다.

이들은 분향소 건물 밖에 마련된 식사 부스에 조문객들을 안내하면서도 정작 본인들은 다시 제자리에 가서 앉았다.

잠시라도 자리를 떼면 먼저 하늘나라로 간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런듯 했다. 그럼에도 옷깃, 머리결 하나 단정하게 매만지며 참 군인이었던 순직 장병의 유가족임을 조문객에게 보였다.

이날은 고 강신원 상사(25)의 음력 생일이어서 그의 영정 사진 앞에는 케이크가 놓였다. 이 케이크는 분향소의 분위기를 더욱 슬프게 했다.

지난 29일 해상초계기 P-3CK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박진우(34) 중령, 고 이태훈(30) 소령, 고 강신원(25) 상사, 고 윤동규(27) 상사는 모두 유능한 현장 베테랑들이었다.

박 중령은 포항에서 정조종사로 5년간 근무했으며 1천700여 시간의 비행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3살 아들을 둔 아버지로서도 동갑내기 아내의 남편으로서도 늘 최고였다.

이 소령은 900여 시간의 비행경력을 갖고 있고, 부조종사로 약 3개월간 근무했다. 윤 상사와 강 상사도 현장에서 항공기 조종 및 전술 욘용 임무를 수행하는 해상초계기 전문가들로 평가된다.

이들은 사고 당일 오후 1시 43분쯤 포항비행장에서 해상초계기 이착륙 훈련을 하다 변을 당했다.

당시 사고기는 1차 훈련 후 2차 훈련을 위해 우측으로 선회하던 중 6분만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인근 야산에 추락했다.

사고 이후 해상초계기 잔해에서 음성녹음저장장치를 회수한 해군은 31일 민관군 합동사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조사활동에 들어갔다.

조사위는 해군안전단과 수사단, 해양과학수사센터, 공군항공안전단, 육군 항공사, 해양경찰청, 항공기 정비업체를 포함한 민간 전문인력 등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해군안전단장이 맡았다.

해군 관계자는 "향후 사고 조사간 필요한 경우 관계 기관 및 민간 항공전문가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도 이날 오후 7시 55분쯤 분향소를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윤동규 상사 유가족은 김 후보의 손을 잡고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김 후보는 "조속히 원인이 밝혀지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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