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두진] 김문수가 보여준 것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6·3 대선,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41.15%)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49.42%)의 득표율 차이는 8.27%포인트였다.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의 득표율 8.34%보다 적다. 그래서 김문수-이준석이 단일화했더라면 이길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러겠지만, 두 후보가 김문수로 단일화했더라도 승리할 수 없었다. 이준석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 전부가 김문수 후보에게 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국민의힘 후보가 되었더라도 마찬가지다. 한 전 총리가 호남 표와 중도 표 일부를 갖고 오더라도 '후보 강제 교체'에 따른 파열음(破裂音)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탄핵에 따라 치러진 조기 대선이었다. 국민의힘에는 초대형 악재, 민주당에는 초대형 호재, 정치 진영 색이 옅은 국민들에게는 '심판 선거'였다. 국민의힘 대패가 예견(豫見)된 선거였다.

그럼에도 김문수 후보가 41.15%를 득표한 것은 순전히 그의 '개인기' 덕분이다. 정직·청렴·유능·겸손·강단·순수함이 이재명이라는 사람과 대조(對照)됐던 것이다. 그 덕분에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심판 분위기가 다소 희석되고, 인간 김문수와 인간 이재명 대결 양상을 띤 것이다. 비상계엄에 따른 심판 선거이고 패색이 짙음에도 대구경북, 부산경남 등 보수 우파 유권자들이 기권하지 않고, 투표에 적극 참여한 것도 후보가 김문수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국민 41.15%가 자신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대선 득표율 41.15%는 인간 김문수에 대한 호평(好評)이지,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임기 내내 당권 싸움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또 당권 경쟁에 돌입할 것이다. 대선 기간에도 후보를 돕기보다는 당권을 노린 행보를 보인 인사도 있다. 국민의힘은 당권 다툼이 아니라, 상대와 싸울 줄 아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개인의 자리와 당권 싸움에만 골몰한다면 작년부터 이어진 총선 참패, 비상계엄과 탄핵, 대선 참패가 끝이 아닐 것이다. 내년 지방 선거, 차기 총선에서도 패할 것이다. 이는 대한민국 정치에 건강한 견제(牽制)가 사라지는 것으로 국민과 국가에 큰 해악(害惡)이다.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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