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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조두진] 내재적 접근법

조두진 논설위원
조두진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국가정보원장에 지명했다. 이종석 국정원장 지명자는 대북 유화론자로 북한에 대해 '내재적 접근법'을 주장해 온 사람이다.

'내재적 접근법'은 북한에 대응할 때 북한 내부의 시각과 논리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방법론이다. 북한 체제나 행동을 대한민국 가치 기준 또는 세계 보편적 기준을 적용하지 말고, 북한 내부의 사회적 맥락을 고려해, 북한의 시각으로 보자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접근할 경우 북한의 불법 핵 개발, 인권 탄압, 3대 세습 등도 정당화되거나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용인(容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국가로 꼽힌다. 기본권이 심각하게 제한되고 정치적 반대자들은 강제노동수용소로 보내지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없다. 그럼에도 '내재적 접근법'으로 보자면 이는 얼마든지 정당화될 수 있다. 가령 집안의 가장이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을 일삼아도 그 남자의 불우한 성장 과정과 현재의 가난 등 '그 집안의 특수성'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 폭력 행위도 용인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자식이 그 아버지를 사랑하고 의지한다고 해서 그 아버지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 집안 사정이니 그대로 방치(放置)해야 하나? 북한 정권의 독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이 애국심을 갖고 있다고 해서 그 독재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것이다. 이종석 지명자는 2017년 한반도 평화포럼에서 "우리에게 북한은 독재국가지만 주민들은 북한에 애국심이 있다"고 주장했다.

내재적 접근법은 모든 독재를 용인한다. 흉악 범죄도 용인될 수 있다. 흉악범과 독재자를 이해하기 위해 선량한 시민, 선량한 국가가 얼마나 오래 피해를 감수해야 하나?

내재적 접근법은 상대의 행동 양식을 이해하는 도구가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나라 정책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자칫 심각한 오류(誤謬)로 외교·안보 참사를 부를 수 있다. 이종석 지명자는 북한의 핵 개발을 막지 못한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햇볕 정책 실패라기보다) 미국이 우리의 포용 정책을 원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터무니없는 해석이 나오는 것은 접근 방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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