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실상 해체 수순으로 들어가면서 검사들의 '검찰 엑소더스(대탈출) 현상'이 감지되는 등 검찰 내부 기류가 어수선하다.
검찰이 정치에 휘둘려 정권마다 이른바 '잘나가는 검사'들의 스탠스가 180도 뒤바뀌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검사들의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직전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전 중앙지검 4차장이 검찰을 떠나면서 검찰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특히 여당 의원들이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면서 검찰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이 대통령을 수사한 검사들의 고민은 더욱 커졌다. 이 대통령은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송금, 공직선거법, 위증교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8개 사건 관련 12개 혐의로 기소돼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 사건에 투입된 검사 수만 연인원 150명에 이른다. 지난달 20일 동반 사표를 낸 이 전 중앙지검장과 조 전 4차장 역시 성남지청장, 성남지청 차장 시절 성남FC 후원금 사건을 수사해 이 대통령을 제3자 뇌물 혐의로 기소한 검사다.
윤석열 정부시절 이 대통령 수사팀에 있는 검사들은 이른바 잘나가는 친윤계로 분류됐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수사 이력이 '주홍글씨'가 돼버렸다. 이 대통령 취임 이후 올여름 단행될 첫 검찰 인사에서 이 대통령 수사팀 검사들이 좌천될 것이라는 기류가 강하다.
반면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 3대 특검에 동원되는 파견검사 120명은 검찰 내에서는 '선택받은 검사'로 꼽힌"다.
이와 별도로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바뀌면 특수부, 공안부 등 수사부서 검사들이 줄사표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대규모 인력 차출에다 수사 검사들의 줄사표로 인한 민생 사건 수사 공백 등 본래 조직의 기능 마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그동안 검찰이 각종 정치에 휘둘리면서 최근 5년간 검찰을 떠나는 검사들의 숫자도 늘고 있는 추세다. 최근 5년간 검사 퇴직수는 2021년 79명에서 윤석열 정부에 들어선 2022년 146명으로 오히려 2배 가까이 늘었고, 2023년 145명, 지난해 132명 등으로 매년 100명을 훌쩍 뛰어넘고 있다.
지난주 법무부장관이 직접 검사 징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징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검사들의 엑소더스 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역 한 부장검사는 "정기 인사가 예상되는 이번 여름 인사에서 '친윤 검사'는 사실상 좌천 또는 탈 검찰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창수 중앙지검장이 대선 전에 사직하면서 검찰 엑소더스에 불을 붙인 셈이 됐다"고 전망했다.
검사들이 검찰을 떠나도 막상 갈곳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국면을 맞으며 로펌과 대기업에서 검찰에 대한 선호도가 크게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1분기 보고서를 제출한 239개사의 사외이사 876명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대 그룹이 선임한 사외이사 구성에서 검찰 출신이 지난해 11명에서 올해 3명으로 급감했다. 해마다 쏟아지는 변호사 수 증가로 법조 시장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고검장 출신 변호사는 "검찰이 정치에 휘둘리면서 정권이 바뀔때마다 소위 잘나가던 검사들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과거 검사라하면 자부심이 대단했는데 이제는 정권에 눈치보기식 수사 관행때문에 검사 스스로의 위상을 크게 떨어뜨렸다. 이번에 검찰이 없어진다 해도 크게 반발할 구심점도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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