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배형욱] 불행이 되풀이 되지 않으려면

배형욱 경북부 기자
배형욱 경북부 기자

제대로 매듭짓지 않으면 불행은 반복된다.

지난달 29일 장병 4명의 목숨을 앗아 간 경북 포항 동해면 해군 해상초계기(P-3C) 추락 사고는 7년 전 포항에서 있었던 또 다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2018년 7월 17일 오후 해병대 상륙기동헬기(MUH-1) 마린온이 정비 후 시험비행을 위해 이륙했다가 프로펠러가 동체에서 떨어지며 10초 만에 추락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탑승하고 있던 젊고 유망한 장병 5명이 순직했다.

사고의 원인은 부품 결함 때문이었다. 결함이 확인된 부품은 엔진에서 동력을 받아 헬기 프로펠러를 돌게 하는 중심축(로터 마스트)이다. 당시 민관군 합동 조사위원회는 제조 공정 문제로 이 부품에 균열이 발생해 헬기가 이륙하자마자 회전날개가 떨어져 나갔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2016년 개발을 완료한 1대당 300억원 상당이나 하는 신제품 헬기가 고작 부품 결함으로 추락했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에 순직 장병 유가족 등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그래도 이들은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왔으니 부품 검수 과정 등에서 잘못을 저지른 관련자들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도 있을 것이란 일말의 기대를 품었다.

하지만 이로부터 7년이 지난 현재 처벌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순직 장병인 박재우 병장 부친은 지난해 추모식에서 "멈추지 않고 사고 조사와 처벌을 요구할 것이다. 이것이 부모에 대한 진정한 위로이자 국가의 책무"라고 했다.

인재로 재난이 벌어졌는데도 유야무야되고 있는 일은 포항에 또 있다.

정부의 지열발전사업으로 2017년 11월 15일 포항지진이 촉발했다는 정부 조사단의 공식 조사 결과로 책임 소재가 명확해졌다. 감사원에서도 사업 과정에서의 과실이 명백히 드러났는데 정부는 관련 재판(포항 촉발지진 정신적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책임을 부인하고 있다.

이럴 만도 한 이유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서도 나온다. 검찰은 지난해 포항지진 수사를 진행한 뒤 정부 출연 기관과 민간업체, 대학 등 3개 기관 관계자 5명만 기소했다. 정작 관리·감독 기관인 정부 부처 담당자들은 불기소로 쏙 빠져나갔다.

시민 1명 사망, 135명 부상, 이재민 1천700여 명, 재산상 피해액 3천232억원(한국은행 조사)이라는 참혹한 피해를 안긴 '촉발지진'의 수사 결과로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마린온 유가족도, 포항 시민도 바라는 건 크지 않다. "책임자를 죄책에 맞게 처벌하고, 더는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해군 항공 베테랑 장병 4명이 순직한 이번 해상초계기 추락 사고도 처리 결과를 잘 지켜봐야 한다.

사고 해군 해상초계기는 아무리 새것처럼 고쳐 사용한다고 해도 생산된 지 59년이나 된 미국산 중고품이다. 그동안 사고 없이 잘 다녔다는 식으로 군 당국은 포장하지만 군 내부에선 '노후화에 무리한 운항 등으로 혹사당한 기종'이란 평가가 나온다. 2회 차 이착륙 훈련을 하던 중 이륙 후 6분 만에 추락한 이유로 기체 결함에 무게가 실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를 엄하게 문책하고 합당한 처벌을 받게 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매듭을 묶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국민들의 염원에 새 정부는 어떻게 답할지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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