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화요초대석-김영수] 국민의힘은 왜 발밑부터 무너지나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영수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갤럽의 6월 24~26일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정당 지지도는 43%로, 국민의힘 23%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6월 26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 결과도 비슷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12·3 비상계엄 때 26%보다 낮았다. 전통적 보수 지지층인 60~70대에서도 민주당 지지가 높았다. 대구경북은 국민의힘 31%, 민주당 28%로, 보수의 아성도 붕괴 직전이다. 국민의힘이 대선에 진 것보다, 대선 이후 더 크게 지고 있다는 뜻이다. 밑에서부터 지지층의 해체가 일어나고 있다. 이유가 뭘까?

지난 대선에서 보수는 잘 싸웠다. 김문수,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 합은 49.49%로, 이재명 후보보다 0.07% 앞섰다. 보수는 이겼지만, 국민의힘이 진 거다. 김 후보가 바닥에 떨어진 국민의힘을 살렸다는 말도 나왔다. 계엄·내란 심판 선거를 인간 김문수 프레임으로 바꿨다는 것이다. 지난 6월 4~5일 한국갤럽 조사를 보면 사실이다. 김 후보를 뽑은 유권자의 33%가 도덕성·청렴 때문이라고 답했다. 30%는 '이재명이 싫어서'였다.

한편 이재명 후보를 찍은 첫째 이유는 '계엄 심판, 내란 종식'으로서 27%다. '능력'은 17%에 불과했다. 김 후보가 싫어 이 후보를 찍은 경우는 없었다. 이걸 보면, 김 후보의 인간적 매력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게 사실이다. 이 후보는 사람도, 능력도 별로였다. 그런데도 결국 승리했다. 결론적으로 유권자의 최종 판단 기준은 '계엄 심판, 내란 종식'이었다.

김문수를 반대한 가장 큰 이유도 '계엄 옹호·내란 동조'(30%)였다. 결국 김문수가 문제였다. 국민은 '계엄 심판, 내란 종식'을 바라는데, 국민의힘은 정반대 후보를 세웠다. 김문수니까 그만큼 따라갔지만, 결국 김문수여서 진 거다. 선거 전략이 애초부터 잘못됐다. 이번 대선이 유권자 없는 선거, 재미없는 선거라는 이유다. 계엄·내란 프레임이 너무 강력해 유권자의 선호는 힘이 없었고, 싸우기 전에 이미 승패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결국 민주주의였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계엄의 강, 탄핵의 바다를 건너지 못했다. 김문수 후보는 5월 3일 국민의힘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수많은 국민들의 함성에도, 대통령은 탄핵"됐고,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탄핵이 잘못됐고, 그게 민주주의의 위기란 뜻이다. 그런데 이미 4월 4일 헌법재판소는 12·3 비상계엄이 "민주주의에 헤아릴 수 없는 해악을 가한 것"이자 "헌법과 법률을 위배"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파면했다.

그렇다면 김 후보는 헌재 판결에 맞서, '탄핵 반대' 깃발을 들고 싸우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의 6월 4~5일 여론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71.6%가 비상계엄을 반헌법적·불법 행위로 보았다. 3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을 뽑은 유권자 중 44.9%도 같은 의견이었다. 국민의힘이 탄핵을 적극 수용해야 했다는 응답도 68.2%였다. 국민 다수의 상식적 판단이 그랬다. 국민의힘은 투표 이틀 전에야 '윤석열과 절연'을 선언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김 후보는 6월 4일 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야 비로소 "우리 당이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적 이해와 신념, 그걸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명이 없었던 게 패배 원인"이라며 회한의 심정을 토로했다. 또한 "민주주의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양보할 수 없고 타협할 수 없고 단호한 거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하지만 탄핵 문제는 끝내 거론하지 않았다.

지난 6월 8일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의 강을 넘지 못하는 보수에게 미래는 없다"며 탄핵 반대 당론의 무효화 등 5대 개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내부 총질'이라는 싸늘한 눈총만 돌아왔다. 당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도 돌연 취소되었다.

송언석 신임 원내대표가 약속한 '혁신위원회'는 기약도 없다. 국민의힘은 '선거에서 이긴 정당' 같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은 국민의힘에 매우 명확하게 '민주주의'를 요구했다. 하지만 지금 국민의힘이 발밑부터 무너지고 있는 건, 여전히 그게 문제라는 뜻이다. 승리를 통해선 조금 배우지만, 패배를 통해선 모든 걸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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