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 간 무역 협상이 예상 밖 난항(難航)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협상 교착에 "매우 버릇이 없어졌다"며 일본을 대놓고 무시했다. 국가·국민 모독에 가깝다. 미국에 대한 저자세로 유명한 일본이지만 이쯤 되면 자존심이 상해도 한참 상할 만하다. 실제 일본 내에서 "이제 미국에 '노(NO)' 할 때"라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미일 협상 갈등으로 참의원 선거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시바의 강공 대응은 의외로 선거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일본 상황에 큰 관심을 두는 이유는 미일 협상이 한미 관세 협상의 바로미터이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분위기면 미국이 일본을 길들이기 위해 대일 협상을 뒤로 미룰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으로선 미일 협상을 참고해 수위 템포를 조절하며 대응한다는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국 상황도 녹록진 않다. 한국 방문 예정이던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불과 며칠 앞두고 방한(訪韓)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압박하려는 의도인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우리라고 늘 압박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이참에 일본과의 밀착 외교 등으로 미국에 은근슬쩍 압박을 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노골적으로 미국에 반항하고 대들 순 없지만 기술적·우회적으로 압박을 가할 순 있다. 이게 외교 기술·능력이다. 트럼프의 위협에 일본이 어떤 돌파구를 찾을지 지켜봐야겠지만 한일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 조율 등으로 미국에 무언(無言)의 압력을 행사할 필요가 있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 취임 후 가장 중요한 외교 일정인 한미, 한일 정상회담이 잇따라 추진된다. 다소 요란한 한일 외교 일정 조율로 한일 공조(共助) 분위기를 넌지시 조성해 미국의 압력·협박을 예방·차단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면 시도해야 한다. 참석 여부를 떠나 9월 중국의 전승절 초청 수락 여부 결정도 최대한 늦추면서 미국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전략도 필요하다. 우리도 국익 중심의 지혜로운 외교를 펼쳐야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실용 외교를 강조해 왔다. 그 실용 외교가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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