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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유변] 울릉도의 기본의료 확충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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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완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박종완 대구파티마병원 신경과 과장

대한민국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는 보편주의 원칙을 사회정책의 기초로 삼아 왔다. 현 정부 역시 기본 소득, 기본 돌봄, 기본 주택 등 '기본'을 전면에 내세우며 국가가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구조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가장 먼저 보장되어야 할 기본 의료만큼은 아직도 취약 지역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 울릉도의 의료 현실은 그 대표적 사례다. 국가가 제공해야 할 최소한의 의료 접근성이 확보되지 않는 지역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우리 의료체계가 여전히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울릉도는 심근경색, 뇌졸중, 중증 외상과 같이 시간에 따라 예후가 급격히 달라지는 질환에서 반복적으로 의료 공백을 경험하고 있다. 응급환자가 발생해도 배나 헬기가 기상 악화로 뜨지 못하면 단 하나의 이송 수단도 확보할 수 없다. 겨울철 며칠씩 섬이 고립되는 상황에서는 응급대응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주민들은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특정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기본권이 실질적으로 제한되는 현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기본 의료 원칙과 명백하게 충돌한다.

더욱이 울릉도는 주민뿐 아니라 해마다 4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국내 대표 관광지다. 이들은 모두 대한민국 영토 안에서 적절한 응급·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 도서 지역 의료체계가 미비하다면 관광객 안전은 물론 지역 경제와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성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울릉도의 기본의료 확충은 지역민을 위한 정책을 넘어 국가 전체의 안전·경제·관광정책과 직결된 사안이다.

울릉군은 병원 기능 강화, 응급의료센터 확충, 의료진 유치 인센티브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의료 인력 배치 기준 완화, 국비 지원 확대, 야간·악천후 이송체계 구축 등은 지방정부의 역량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다. 이런 이유로 울릉군수는 여러 차례 중앙정부의 협조를 요청했으나, 지역에서는 체감할 만한 변화가 부족하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울릉도 의료 문제가 단순한 지역 민원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필수의료의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울릉도에 필요한 대책은 거창하지 않다. 첫째, 24시간 응급의료를 담당할 전문의 진료 체계 구축이 필수다. 둘째, 악천후에도 가능한 중증 환자 이송 시스템을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 셋째, 기본적인 입원·수술 기능을 갖춘 지역 거점 의료기관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국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는 국가가 책임져야 할 필수의료의 기본값이며, 어느 지역에서도 예외가 있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필수의료 강화와 지역의사제, 의대 정원 확대 등을 언급해 왔지만, 울릉도에 실제 의사가 상주해 안정적인 진료 체계를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근본적 개선은 어렵다. 행정개편이나 예산논리가 국민 생명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 기본의료는 선택적 복지가 아니라 헌법이 규정한 국가의 본질적 의무이기 때문이다.

울릉도의 의료 현실은 대한민국이 기본권을 어떻게 보장하는 국가인가를 묻는 질문이자, 필수의료 체계의 수준을 드러내는 시금석이다. 중앙정부는 더 이상 이 문제를 미뤄서는 안 된다. 울릉도의 기본의료 확충은 주민과 관광객 모두를 위해 국가가 반드시 수행해야 할 책임이며, 우리의 의료체계가 지향해야 할 가장 기초적 출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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