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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론새평-김종민] 헌법 실종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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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MK 파트너스)

5공 정권 때도 볼 수 없었던 융단폭격 같은 위헌적 법안의 홍수는 빛의 혁명, 국민주권으로 포장된 광란의 시대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내란특별재판부는 군사법원을 제외한 모든 특별법원을 금지하는 헌법 제110조 제1항,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27조 제1항에 위배된다. 12·3 비상계엄 사건 재판을 위한 판사를 작위적으로 구성한다는 발상도 문제지만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재판의 형식을 빌린 '이벤트'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정한 재판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법원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 전반을 담당하게 한다는 사법행정위원회는 더 문제다. 총 13명 위원 중 4명이 법관위원이고 9명이 법무부장관, 대한변협, 법원공무원노조 등 외부 추천위원이다. 정치권력이 사법부의 모든 것을 장악하고 좌파 법관, 법원 노조가 사법부의 영원한 주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사법행정위원회의 진정한 목적이 아닌지 모르겠다. 사법행정위원회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최고사법평의회를 모방한 것이지만 실질은 전혀 다르다. 프랑스 최고사법평의회는 헌법상 독립기구로 설치되어 있고 위원 구성도 헌법에 규정되어 있다.

위원 15명은 법원 분과의 경우 내부 위원으로 대법원장(위원장), 판사 5명(대법관 1명, 고등법원장 1명, 지방법원장 1명, 판사 2명), 검사 1명이 있고 외부 위원으로 대통령 지명 2명, 국사원(Conseil d'Etat) 위원 1명, 상원의장 지명 2명, 하원의장 지명 2명, 변호사협회장 지명 변호사 1명이다. 외부 위원이 8명으로 7명인 내부 위원 보다 많다. 우리처럼 법원 노조가 지명하거나 '학식과 덕망이 있는 '시민단체 출신들이 위원으로 임명되는 일은 없다. 판사회의에 '법원장 비토권'을 부여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현실화 되면 대법원장의 인사권은 무력화 되고 판사회의가 사무분담을 포함해 사법부 인사를 좌우하게 된다.

검사징계법을 폐지하고 검사도 일반공무원처럼 파면, 지위해제, 직권면직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파면법'도 심각하다. 징계절차는 소급입법이 금지되는 형벌과 달리 소급입법도 가능하다. 검사파면법이 통과되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수사를 했던 검사 전원을 파면하고 평검사로 발령할 수 있다. 탄핵에 의하지 않고는 검사를 파면하지 못하게 한 현행 검찰청법이 갖는 제도적 의미는 크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통령 관련 수사를 한 검사들을 무더기 탄핵소추 했지만 전원 헌재에서 기각된 것이 그 증거다. 이제 그 보호막이 사라지면 검사는 정권에 장악되어 정권의 도구로 이용되는 길만 남는다.

헌법 제66조 제2항은 '대통령은 국가의 독립·영토의 보전·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진다'고 규정한다. 집권 여당이 주도했다 하더라도 삼권분립에 위배된 사법부 독립 침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 폴란드의 법과 정의당이 재집권한 후 가장 먼저 취한 조치가 헌법재판소의 독립을 무너뜨리고 도장만 찍어주는 기관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이후 의회는 공영방송국에 대한 국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다음 단계로 판사들의 임명권을 갖고 있는 국가사법위원회에 대한 통제권을 손에 넣고 절반에 가까운 대법관의 퇴임을 강요했다. 왜 우리가 폴란드의 길을 가는가.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누구라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권력은 남용되기 쉬운 중독이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국민주권 시대는 위선이다. 파시즘이 화려하게 등장한 적은 거의 없다. 작은 공격이 더 큰 공격이 되고, 불쾌했던 것이 받아들여지고, 반대 목소리가 묻혀 버리는 순간이 위험하다. 자유로운 정부만이 강한 자는 공정하게, 약한 자는 존중받게 할 수 있다. 우리의 이상을 잊는 순간, 민주주의가 실패한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보존하고 지켜야 할 책임을 맡은 사람들이 실패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착한 사람들이 항상 이기는 것이 아니다. 특히 착한 사람들이 분열되어 있고 그들의 적보다 굳은 결의를 가지고 있지 않을 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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