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반대를 표명했던 재계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다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취약한 상황은 중소·중견 기업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대응 마련에 분주한 재계 "경영권 방어 수단 보완해야"
삼성과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상법 개정안의 영향 및 대응 방안에 대한 외부 초청 강연을 진행하는 동시에 컴플라이언스 시스템 강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아울러 회사 내부규정을 정비하고,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효율성 높이기 위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현재 도입이 유예된 집중투표제 도입,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최대한 기업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도록 경제단체와 협력하는 한편 주주 대상의 IR 활동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상법 개정안과 관련한 가장 큰 우려인 행동주의 펀드 등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M&A)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선 정부와 국회가 함께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기업들은 촉구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으로 주주 권익이 크게 향상된 만큼 그동안 논의가 보류됐던 차등의결권, 포이즌필, 황금주 등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이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기업들은 입을 모은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주나 경영진이 보유한 주식에 일반 주식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해 경영권을 보호하는 제도다.
이밖에 포이즌필(독약조항)은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할 경우 기존 주주에게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권리를 미리 부여하는 제도를 의미한다. 또 황금주는 보유한 주식의 금액이나 수량에 상관없이 주주총회에서 의결된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을 말한다.
해당 제도들은 이른바 '기업사냥꾼'에 의한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선진국들은 도입하고 있지만 한국은 하나도 채택하지 않고 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상법 개정안 통과로 지배주주 입장에서 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이 정도로 주주권익을 보호하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으면 한국도 포이즌필, 황금주 등의 도입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취약한 중소·중견기업 위한 대책도 시급
대기업에 비해 분쟁 발생 시 대응할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중소·중견을 위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구 산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은 소액으로도 경영권 공격이 가능하고 지분 구조가 단순해 타깃이 되기 쉽다. 대구는 이렇다 할 대기업이 없고 중소·중견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인 탓에 기업들이 적대적 M&A에 노출될 경우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발생한 경영권 분쟁 10건 중 9건은 중소·중견기업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최근 경영권 분쟁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 소송 공시는 지난해 87사 315건으로 전년 93사 266건보다 약 18.4% 증가하며 최근 5년 내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59곳(68%), 중견기업이 22곳(25%)으로 집계됐다. 대기업은 6곳(7%)에 불과했다.
이번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소액 주주들의 손해배상·배임죄 소송과 외국계 헤지펀드의 경영권 공격이 늘어날 위험이 높다. 여기에다 3%룰이 사외이사의 감사위원 선임까지도 적용되면서 경영권 제약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사의 경영 판단에 대해 형법과 상법, 특경법이 중복적으로 배임죄를 적용해 소송이 빈번해질 우려도 높다.
이상길 대구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은 "이번 상법 개정안은 기업의 지배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하고, 주주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적 개선이라는 점에서 그 취지에 공감한다. 하지만,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의 경영 안정성과 국제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점을 고려해 개정안의 시행 과정에서 기업 현장의 현실과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할 필요가 있다. 관련 법령 정비와 제도 운영에 있어 보다 유연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했다.
이 부회장은 "지역 기업들이 사외이사 제도 강화, 대주주 의결권(3%) 제한 등 급격한 변화에 혼란 없이 적응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자본시장법 개정 등 대안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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