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김유진] 뉴노멀 된 '극단 기후', 삶의 터전 지키려면

김유진 사회부 기자
김유진 사회부 기자

극단적인 여름 날씨가 이른바 '뉴노멀'(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폭염과 폭우가 번갈아 나타나는 날씨가 점차 일상화됐고, 이를 증명하듯 최근에도 '마른장마'가 끝나자마자 '기습 폭우'가 세차게 내렸다.

6월 중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한 달 이상 비가 계속 내린다는 뜻의 '오뉴월 장마'도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대구의 더위 역시 예년보다 유독 빨리 찾아오고 거세지는 등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24절기 중 여름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절기 '소서(小暑)'는 양력으로 7월 7일이나 8일이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첫 폭염이 이보다 두 달이나 빠른 5월에 찾아왔다. 6월 대구는 평균 최고기온이 30.6℃까지 치솟았는데,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9년 이후 가장 높은 역대급 무더위였다.

장마 패턴도 평년과 다른 양상을 보였다. 올해 대구의 장마는 북태평양고기압이 매섭게 확장하면서 시작 시점이 예년보다 5~7일 이르게 시작됐다가 조기 종료됐다. 큰 강수 소식 없이 '마른장마' 형태로 이어졌던 점도 특이점이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 확장에 정체 전선이 북쪽에서 내려오지 못해 장마가 끝난 듯한 '마른장마' 날씨를 보인 것이다.

기후변화로 이제는 전통적인 의미의 장마 대신 예측하기 힘든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번해지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한 게 주요 원인이다. 기온이 1도 오르면 대기 중 수증기량이 7% 정도씩 늘어나는데, 현재 지구의 기온은 산업혁명 때보다 1.4도가량 올랐다. 머금은 수증기량이 많아져 장마철과 관계없이 내릴 수 있는 비의 강도와 양이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기후변화가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지고 있고, 피해도 더 빈번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정도의 폭우'가 내리면서, 전국에 걸쳐 안타까운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대구에서는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지난 17일 하루에만 최대 14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북구 노곡동 등에 차량 침수, 도로 통제 등 피해가 이어졌다.

이젠 '뉴노멀'이 된 극단 기후 앞에서 매년 반복되고 있는 인명·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재난에 준하는 수준의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기습 폭우가 일상화된 상황에 맞게 도시 시설 기준을 과거보다 강화해야 한다. 최근 도심 침수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는 과거 강수량을 기준으로 설계된 저류시설이 현재의 폭우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배수펌프장 등 도심 배수시설을 단계적으로 증설하는 것도 방법이다.

북구 노곡동에서 발생한 수해 역시 배수시설을 통과하지 못하고 역류하는 빗물로 인해 피해가 더 커졌다. 노곡동은 금호강 변 인근에 위치한 곳으로, 상습 침수 구역으로 꼽히는데 15년 전인 2010년에도 배수시설 가동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침수 사태가 발생했다.

기상청은 지난 17일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괴물 폭우'가 앞으로의 기압 양상에 따라 반복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극단적 폭염과 폭우 등 기후 재난은 우리의 일상과 생명을 위협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단순한 기상이변을 넘어 매년 극복해 나가야 할 최대 과제로 여겨야 한다. 폭우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화마(火魔)의 아픈 상처를 갖고 있는 대구경북이 더 큰 이중고를 겪지 않도록 남은 여름철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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