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가 벌써 3주기를 맞이했다. 그동안 세월호 안, 이태원 거리, 무안공항 항공기 안에서 국민들은 물이 들어오고, 압사당하거나, 충돌하는 때에 각자 믿는 신들에게 진심으로 기도했을 것이다. 이 극심한 공포와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게 해달라고.
작업 중 협착을 당하고, 추락하며, 기계에 끌려 들어가고, 떨어지는 짧은 시간 동안 작업자들은 진심을 다해 기도했을 것이다. '안전장치가 작동하기를'. 어릴 적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로 집이 무너져 죽어가는 어머니를 바라봐야 했던 경험이 있다. 필자도 어머니의 주검을 안고 거리로 나와 원인 규명을 외쳤던 경험이 있어 작게나마 그 마음을 이해한다.
위에서 열거한 사고의 공통점은 실제로 대형참사가 발생했으나 지금까지 사고를 책임지게 된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사고 이후 제도가 크게 개선되고 변화했다고 하나, 사고 원인에 관해선 아직도 유족이나 국민이 신뢰할 만한 내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같다.
동일한 사고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사고조사를 통해 근본 원인을 밝혀내고, 그 원인을 제거하는 활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원인 규명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어떻게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을 했다는 것인가. 이는 참 모순적인 이야기인 듯하다.
세월호도, 이태원 참사도 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돼 진상조사를 했으나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은 아직도 오리무중에 있다. 산안법과 중대재해처벌법 등을 개·제정해 책임자 처벌을 강화하고 안전예방의무를 규정화했음에도 산업재해 재해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사망자 수는 제자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안전실장으로 일하고 재난안전사고 관련 활동을 하며 느낀 이유는, 각종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신체를 보호할 국가의 책무가 법률에 명시돼 있어도 피해자들이 사고 원인을 적극적으로 증명하지 않으면 권리 보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기에 범국가적 사고조사위를 구성해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개선해 동일한 사고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생명안전기본법'을 발의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여러 정치적인 이유로 아직 국회의 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무안공항 사고 특조위에서 나타난 문제점에서 보듯 기존 개별법에 의한 조사체계로는 범정부적인 원인조사에 어려움이 있다. 부처 중심의 폐쇄적인 셀프조사, 한시적 조사기구 운영에 따른 업무 연속성 결여와 전문적 기술 노하우 축적 미흡 등이 그 예시다. 이러한 문제들로 사고조사에서 객관성이 결여되거나 국민 혼란을 불러오는 등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한 독립적 조사기구가 하루 빨리 설치돼야 한다. 피해자의 안전권을 보장하고 국가사고조사 및 환류 시스템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피해자가 원인 규명을 외치며 길거리로 나서는 상황이 반복되지 않는 사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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