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문화의 상징인 오페라 무대에 한국의 전래 설화 '심청'이 올랐다.
지난 22일(현지 시간)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자체 제작한 윤이상의 '심청'이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보이면서 우리에게는 익숙한 효녀 심청의 서사가 외국 관객들에게도 감동을 선사했다.
오페라 속 심청은 설화 심청에서 드러난 '효'보다는 '저 눈먼 땅의 빛이 되어라'는 임무 즉, 심봉사의 개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심청은 공양미 300석에 인당수로 뛰어드는 희생 후 용왕의 힘으로 황후가 되고 아버지를 만나 결국 심봉사의 눈을 뜨게 하고 소외된 모두를 구원한다.
심청 역을 맡은 소프라노 김정아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심청'과 오페라에 대해 들어보았다.
- '2025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 무대에 서게 된 소감은?
▶2022년에 심청 초연이 성공적인 결실을 맺고, 당시 관람했던 에스토니아 측에서 먼저 초청 제의를 했다. 이번 무대를 계기로 심청이 더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오페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로 우리 문화를 진출하는 견인차가 되는 작품의 타이틀 롤을 맡게 된 것이 영광이다.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 오페라 '심청'을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
▶심청의 작품 난이도가 상당하다. 지난번 초연 당시 지휘를 맡은 최승환 교수님은 "윤이상 선생님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소리를 다 악보에 그리시려 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처음 심청을 맡게 됐을 때 악보를 보고 홀로 거대한 쓰나미 앞에 서 있는 느낌을 받았다. 3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부담은 있지만, 전보다 좀 더 섬세한 표현에 집중 하려고 노력했다.
- 심청전은 익숙한 이야기인데, 이 오페라 형식 속 '심청'을 어떻게 해석하고 표현했는지.
▶심청은 의상도 엄청나게 한국적이고, 무대도 동양적이다. 마치 무대 자체가 한 편의 '수묵화'같다. 그 안에서 노래를 조심스럽게 해나간다. 다른 오페라 무대에서는 연기를 굉장히 현실감 있게 한다면, 심청에서는 발걸음 하나도 한국 무용하는 사람이 버선 신고 걷듯이 조심스레 걷고, 손짓을 할 때도 가볍고 우아하게 한다. 모든 동작을 매우 섬세하게 다루려고 했다.
- '심청' 무대의 외국 관객 반응은 어땠는지?
▶전통 설화 속 심청의 주제는 '효'인데 이 가치를 외국인들이 이해할까 걱정했다. 그런데 오페라 속 심청은 여러 아리아를 통해서 효를 넘어 인간 내면의 갈등이나 고통스러운 심정을 많이 표현한다. 이런 서사들이 외국 관객들에게 효라는 가치 역시 설득력 있는 요소로 작용하게 하면서 공감을 자아냈다.

- '심청'에서 가장 애착이 갔던 장면은 무엇인지?
▶심청의 상징적인 장면이라고 한다면, 인당수에 몸을 던지는 장면이다. 무대 아주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야 한다. 떨어지기 직전 아버지가 "청아, 청아!"하고 부른다. 그 순간에 심청이가 아버지를 혼자 놓고 가는 안타까움, 잘 계실까 하는 걱정, 어린 소녀의 두려움. 이 모든 것들이 뒤섞여 감정이 몰입된다. 그래서 이 장면에 애착이 간다.
-앞으로 한국 서사를 기반으로 한 작품 제작에 대한 전망은?
▶오페라는 순수 예술 파트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받아들여지려면 더욱 수준이 검증이 된 작품을 제작해야 한다. 심청 역시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윤이상 선생님의 명성이 있었기에 도전할 수 있었다 본다. 현재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도 이육사를 다룬 오페라를 진행 중이고, 다른 K-오페라를 시도 하고 있다.
-함께 무대를 준비한 분들에게.
▶원래 오페라를 종합 무대예술이라고 한다. 노래하는 사람만 빛날 것 같지만 곳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연출, 조연출, 그리고 조연출 밑에서 또 서포트하는 분들까지 이 분들 덕분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만난 관객들에게.
▶에스토니아 사아레마 오페라 페스티벌은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장소다. 그런 아름다운 곳에서 동양적인 예술성을 마음껏 표현한 공연을 관람하며 K-팝뿐만 아니라 K-오페라가 얼마나 우수한지도 느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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