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바마 전 대통령 고발한 트럼프, '성동격서' 전략인가?

2016년 오바마가 러시아 게이트 조작했다며 의혹 제기, '반역죄'로 고발
트럼프, 80초 짜리 '오바마 체포 장면' 가짜 동영상 SNS에 올리기도
미성년자 성 착취 엡스타인 스캔들 비등, 시선 돌리기용 혐의 제기라는 평가

지난 1월 9일 워싱턴 D.C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나란히 앉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 말을 걸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지난 1월 9일 워싱턴 D.C 워싱턴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장례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나란히 앉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에 말을 걸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2019년 숨진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매매 관리 고객에 포함된 의혹이 있다며 연일 공격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동격서'에 가까운 시선 분산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갱단 두목'이라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반역죄'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던 2016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이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을 돕기 위해 공화당 후보이던 자신을 러시아와 연결돼 있는 것처럼 정보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 등이 인정돼 수감 중이던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지 6년이 지났지만 관련 의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언론 문답에서도 질문으로 등장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오바마 전 대통령을 거론한 것이다. 그는 "갱단의 두목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그는 유죄이고 이것은 반역죄"라며 "오바마는 쿠데타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한 근거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선거 캠프가 러시아 측과 공모했고 대선 개입을 유도했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이것이 조작된 정보에 기반을 둔 공작이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을 '반역죄' 혐의로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8일에도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이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한 것처럼 보이려 정보를 조작했다면서 이메일 등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민주당은 즉각 이를 거짓이라 규정하며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대변인 측도 성명을 통해 "이 괴상한 의혹은 관심을 돌리려는 미약한 시도"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21일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방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장면이 담긴 '가짜 동영상'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퍼 나르는 형식으로 올렸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80초 남짓한 가짜 동영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방 요원들에게 갑자기 체포돼 수감되는 내용이다. 영상 상단에는 "No one is above the law(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관적 암시를 강조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UPI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을 하고 있는 모습. UPI 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의 분산 발언과 공박을 엡스타인 스캔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풀이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엡스타인에게 외설스러운 그림이 든 편지를 보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나 마틴 루서 킹 목사 관련 기밀문서 공개 등도 지지층 일부에서 나오는 진상 규명 목소리를 눙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구성된 연방 상원의 초당적 위원회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할 의향을 가졌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다만 2019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이에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나 캠프가 러시아 측과 조율하거나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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