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숨진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매매 관리 고객에 포함된 의혹이 있다며 연일 공격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성동격서'에 가까운 시선 분산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번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갱단 두목'이라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반역죄' 혐의로 고발하기까지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던 2016년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후보이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당선을 돕기 위해 공화당 후보이던 자신을 러시아와 연결돼 있는 것처럼 정보를 조작했다는 주장이다.
미성년자 성 착취 혐의 등이 인정돼 수감 중이던 엡스타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된 지 6년이 지났지만 관련 의혹은 2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언론 문답에서도 질문으로 등장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오바마 전 대통령을 거론한 것이다. 그는 "갱단의 두목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그는 유죄이고 이것은 반역죄"라며 "오바마는 쿠데타를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을 비난한 근거는 이른바 '러시아 게이트'. 2016년 대선 당시 자신의 선거 캠프가 러시아 측과 공모했고 대선 개입을 유도했다는 것이 골자다. 그런데 이것이 조작된 정보에 기반을 둔 공작이며 오바마 전 대통령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전 대통령을 '반역죄' 혐의로 고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8일에도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이 러시아가 미 대선에 개입한 것처럼 보이려 정보를 조작했다면서 이메일 등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민주당은 즉각 이를 거짓이라 규정하며 정치적 동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대변인 측도 성명을 통해 "이 괴상한 의혹은 관심을 돌리려는 미약한 시도"라며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21일에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방 요원들에게 체포되는 장면이 담긴 '가짜 동영상'을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퍼 나르는 형식으로 올렸다. 생성형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80초 남짓한 가짜 동영상은 트럼프 대통령과 나란히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던 오바마 전 대통령이 연방 요원들에게 갑자기 체포돼 수감되는 내용이다. 영상 상단에는 "No one is above the law(누구도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라는 문구가 적혔다. 법적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는 주관적 암시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의 분산 발언과 공박을 엡스타인 스캔들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풀이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엡스타인에게 외설스러운 그림이 든 편지를 보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이나 마틴 루서 킹 목사 관련 기밀문서 공개 등도 지지층 일부에서 나오는 진상 규명 목소리를 눙치려는 시도로 보인다는 것이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 1기 때 구성된 연방 상원의 초당적 위원회와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16년 미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할 의향을 가졌다고 결론지은 바 있다. 다만 2019년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는 이에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나 캠프가 러시아 측과 조율하거나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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