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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김혜령] 말보다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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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김혜령 바이올리니스트

포레의 파반느가 끝났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베를린필 12첼리스트의 무대는 단지 '첼로가 많다'는 인상을 훌쩍 넘어선 것이었다. 오직 첼로만으로 이루어진 앙상블에서, 각 악기가 서로 말을 건네는 듯한 순간이 이어졌다. 각자의 목소리를 내면서도 하나로 어우러지는 그 모습, 그 누구도 튀지 않으려는 태도에서 느껴진 깊은 존중과 책임감이 있었다.

왜 좋았는지 설명하려다, 문득 멈췄다. 아, 이것은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감동이구나. 그 감동은 마치, 호스피스 병동에서 연주하던 그날과 닮아 있었다.

진통제를 맞고도 로비로 나와 음악을 듣던 환자들.

'이 연주가 누군가에겐 마지막 음악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며, 그날 나는 어떤 무대보다도 진심을 다해 연주했다. 음 하나하나가 내 안을 지나갔고, 그 소리에 스스로 울컥했다. 음악가의 사명이 있다면, 아마 그런 순간 아닐까.

공연이 끝난 뒤 몇몇 환자들이 다가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그 말은 어떤 해설보다 깊고, 또렷하게 내 마음속에 새겨졌다.

피아니스트 안드라스 쉬프는 말했다. "진짜 좋은 음악은 설명하지 않는다."

음악이 마음에 직접 말을 걸어올 때, 해석은 필요 없다. 오히려 설명하려 할수록 감동은 멀어진다.

지금 우리는 모든 걸 빨리 이해하려 하고, 말로 요약하려는 시대에 산다. 하지만 진짜 감동은 대부분 설명되지 않는다. 그저, 울릴 뿐이다. 그리고 그 울림은 오래 남는다. 말보다 훨씬 진한, 음악처럼.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 일상에도 그런 순간이 있다.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던 친구의 눈빛,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흐뭇해진 가족의 침묵, 도무지 이유를 모르지만 눈물이 차오르던 창밖의 풍경.

그건 말로 정리되지 않아서 더 깊이 남고, 설명하지 못했기에 더 진짜였다. 그 울림은 오래도록 마음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누구에게든 울림이 될 수 있다. 반드시 음악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어떤 말보다 진심이 먼저 전해지는 순간이 있다면, 그 순간을 믿고, 말보다 더 조용한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본다면. 그것이 바로, 삶이 음악이 되는 방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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