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사회 일각에서 주한미군의 역할이 한국에게 불리하게 바뀌고 있다며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미국은 한국 안보를 한국에만 맡기고 주한미군은 중국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이라며 큰일 났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한미동맹, 그리고 주한미군의 기본적인 성격을 잘못 이해한 데서 나오는 오해다.
한미동맹과 주한미군의 기원은 한국전쟁이었다. 우리는 이 전쟁을 남한과 북한 간의 싸움이라고 이해하고 있지만 미국 사람들과 세계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한국전쟁을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국의 싸움으로 보는 경향이 더 높다. 사실 한국전쟁에 가장 많은 병력을 보낸 나라는 중국이며 군인 인명 피해 최다국 역시 중국이다. 한국전쟁은 세계 역사상 중국과 미국의 전쟁이었다고 보는 게 더욱 타당하다.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불과 360일 전인 1949년 6월 30일 미국은 대한민국에 주둔했던 미군을 전면 철수시켰다. 이승만 박사와 한국민들 다수가 미군 철수를 극구 반대 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이 철수한 이유는 미국의 국가 이익상 대한민국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단 일주일도 되기 전 미국은 육군을 파견해 한국을 보호해 주었다.
헨리 키신저 박사는 한국에서 미군 철수 결정은 미국의 국가이익 분석의 결과였지만 한국전쟁 참전 결정은 국가이익과 직접적인 관련 없는 도덕적인 일이었다고 설명한다. 한국 자체가 중요해서라기 보다는 소련의 잘못된 행동을 방치할 수 없다는 도덕적 의미에서 한국전에 참전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애초부터 주한미군의 역할은 한반도를 초월하는 세계적인 차원의 일이었다.
미국 군부와 국무부는 한국과의 동맹 체결을 적극적으로 반대했지만 이승만 박사의 귀신과 같은 외교 능력과 더불어 급변하는 국제 정세는 한미동맹 체결을 가능케 했다. 한국전쟁은 미소 냉전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미국은 소련을 봉쇄하지 않을 수 없었고 이승만 박사의 대전략 역시 한미동맹을 체결함으로써 한국을 자유주의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의 최전선에 위치한 전략 요충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냉전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미소 대결의 최전선에 서서 미국이 최종적으로 승리하는데 혁혁한 기여를 했다.
냉전 시대 당시 미국의 주적은 소련, 중국 그리고 특히 양국의 지원을 받는 북한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소련과 북한의 침략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지역인 서부전선, 동두천, 의정부 등에 미군을 주둔시켰다. 그러나 소련이 망하는 1991년 12월, 미국은 휴전선 방위를 전적으로 한국군에 이양했다. 당시 주한미군이 한반도에서 철수해도 되는 전략적 환경을 맞이했지만 같은 무렵 새로운 도전자가 등장하고 있었으니 바로 중국이었다.
신냉전이라고 불리는 미중 패권 경쟁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2004년 자신의 저서인 한국 독자들을 향한 서문에서 미어샤이머 교수는 한반도에 주둔하는 미군은 중국을 견제하는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어느 날 중국의 도전이 더 이상 미국 패권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고 인식되는 날, 미국은 아시아에서 철수하게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냉전 시대의 주한미군은 소련, 신냉전 시대의 주한미군은 중국 견제의 기능을 갖는 것이라고 미국의 대가가 솔직하게 말해 준 것이다.
상호방위조약 본문은 한미동맹이 적용되는 지역을 태평양지역(Pacific Area)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우리가 잘못 알고 있듯 한미동맹과 주한 미군은 애초부터 북한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 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적어도 2차 대전 이후 미국의 불변하는 세계 전략은 아시아와 유럽 대륙에서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의 출현을 저지하는 것이었다.
미국 국가 대전략의 본질은 중국, 일본, 소련(러시아) 그 누구도 아시아 혹은 유럽의 패권국이 되지 못하게 하는 것이며 주한미군은 오랫동안 미국의 대전략에 기여한 한반도를 초월하는 군사력이었다.
3월 30일 일본을 방문한 미국 국방장관에게 일본 방위성 장관은 아시아 전체를 하나의 전쟁 구역(戰區, One Theater)으로 간주하자고 제안했고 미국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는 전쟁하자는 소리가 아니라 중국과 북한의 야욕을 더 큰 힘으로 억제하자는 것이다. 대만해협 전쟁은 결국은 한반도의 전쟁으로 비화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한국을 교전 당사국에서 제외시켜 줄까? 청일전쟁(1895), 러일전쟁(1904)의 주 전쟁터가 '허약한 먹잇감'이라는 사실 외에 전쟁 발발의 아무런 책임도 없었던 한반도였다는 사실을 다시 음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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