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트렌드경제]슬기로운 연금생활 '연금저축'

"보험이냐 펀드냐…내게 맞는 연금저축 고르기"

연금저축 운용현황. 금융감독원 제공.
연금저축 운용현황. 금융감독원 제공.

"국민연금만으로 노후를 버틸 수 있을까?"
퇴직을 앞두고 누구나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이 있어도 생활비로 쓰기엔 부족하다는 계산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요즘 직장인과 자영업자, 심지어 부모들이 자녀 명의로까지 준비하는 금융상품이 있다. 바로 '연금저축'이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4년 연금저축 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연금저축 적립금은 178조6천억 원으로 1년 새 10조8천억 원(6.4%) 증가했다. 가입자는 764만2천 명으로 전년보다 41만8천 명 늘었다. 경제활동인구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특히 눈에 띄는 건 20세 미만 가입자가 66%나 급증했다는 점이다. 부모가 자녀 명의로 가입해 장기 저축과 투자 습관을 미리 심어주고, 성인이 된 후엔 세액공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세제 혜택·복리 효과…연금저축의 매력 포인트

연금저축은 크게 보험과 펀드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연금저축보험은 원금이 보장되는 안정형 상품으로, 보험사가 운용한다. 다만 수익률이 2~3% 수준으로 낮고, 초기 7~10%의 사업비가 빠져 중도 해지 시 손해가 날 수 있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주식, 채권, ETF, 상장리츠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이 달라지고, 은퇴 시점에 맞춰 자동으로 위험자산 비중을 줄여주는 TDF(생애주기펀드)도 인기다. 지난해 연금저축펀드 적립금은 40조4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37.9% 증가했고, 수익률은 7.6%로 전체 평균(3.7%)의 두 배를 웃돌았다.

이 상품의 가장 큰 매력은 '세제 혜택'이다. 적립 단계에서 연간 600만 원(총급여 5천500만 원 이하 16.5%, 초과 13.2%)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퇴직연금(IRP)과 합산하면 최대 900만 원까지 공제 가능하다. 운용 단계에서는 일반 증권계좌와 달리 해외펀드 매매차익 등에 붙는 세금을 연금을 받을 때까지 미룰 수 있어 복리 효과가 커진다. 수령 시에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3.3~5.5%의 낮은 세율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매년 세액공제 한도인 600만 원을 20년간 납입하고 연 3% 수익률을 올렸다면, 동일 조건의 일반계좌보다 약 184만 원 더 유리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가입 문턱도 낮다. 직장인, 자영업자는 물론 소득이 없는 주부, 미성년자도 가입할 수 있다. 미성년자 명의 계좌는 증여세 비과세 한도(10년간 2천만 원)를 활용할 수 있고, 자녀가 성인이 된 뒤엔 세액공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다.

◆일찍 시작하고 오래 받는 것이 노후 준비 핵심

연금저축을 언제 시작하는 게 좋을까? 답은 "가능한 한 빨리"다. 30세부터 30년간 총 6천만 원을 납입하면, 40세부터 같은 금액을 20년간 납입하는 경우보다 약 1천500만 원을 더 모을 수 있다. 50대에 가입해도 늦지 않다. 소득이 가장 높은 시기라 세액공제 한도를 꽉 채우기 좋고, 10년 정도만 투자해도 은퇴 후 생활비 보탬이 될 만큼 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중도 해지하면 세제 혜택을 반납해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세금을 더 낼 수도 있다. 불가피한 사유(장기 요양, 천재지변 등)라면 연금소득세율(3.3~5.5%)만 적용되지만, 단순 해지 시엔 기타소득세 16.5%를 내야 한다. 또 펀드 등 실적배당 상품은 수익 가능성이 높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날 위험도 있다.

연금저축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세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일찍 시작하기. 둘째, 세액공제 한도를 최대한 채우기. 셋째, 연금을 10년 이상 장기로 받기다. 인출 한도 내에서만 수령하면 낮은 세율을 유지할 수 있고, 남은 잔액은 계속 불려나간다. 예를 들어 1억 원을 갖고 있다면 첫해에 1천만 원만 받고 나머지는 운용해 다음 해 수령액을 늘릴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연금저축은 노후소득 공백기를 메우고 세제 혜택까지 누릴 수 있는 유용한 제도"라며 "투자 성향과 목표를 충분히 검토하고 장기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준비가 빠를수록 노후는 더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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