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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합·협치 내걸고 출범, 석 달도 안 돼 '반쪽 정치'로 전락한 李정권

15일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 정식 취임 기념행사인 '국민 임명식'이 '그들만의' '반쪽' 취임식으로 전락할 처지다. 야당과 보수 진영 전직 대통령, 심지어 민주노총 위원장까지 참석하지 않기로 하는 등 불참 소식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이 대통령이 최근 단행(斷行)한 사면에 강하게 반발하며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취임식에 초청받은 박근혜 전 대통령도 "건강 문제로 장거리 이동하기가 어렵다"며 불참하기로 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양경수 민노총 위원장 역시 양대 노총 결의대회와 전국노동자대회에 참석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불참 의사를 드러냈다.

야권이 내세운 불참 이유는 노란봉투법·상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단독 처리 등 여당의 독주와 이 대통령 '보은(報恩) 사면'이다. '법과 정의 부정' '조국·윤미향 사면 들러리' 등의 발언에서 이번 사면에 대한 강한 분노를 읽을 수 있다. 광복절을 앞두고 단행된 이 대통령 첫 사면·복권에서 사면 정치인·공직자 27명 중 19명이 민주당·조국혁신당 등 범여권이고 조국 전 대표와 윤미향 전 의원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사가 대거 포함된 데 대한 반발이다. 특히 취임식 직전 조국·정경심 부부의 동시 사면에 맞물려 윤석열·김건희 전 대통령 부부의 동시 구속 사태가 발생한 것도 이 정권의 '편가르기'로 비쳐지게 했다.

이 대통령의 취임 일성은 통합과 협치였다. 그러나 사면, 일방 법안 등 잇단 무리수와 실축(失蹴) 정치로 출범 석 달도 안 돼 '반쪽 정권'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2일 열린 민주당 원로 간담회에서 "국민의 통합과 공감대가 있어야 국정의 모든 분야가 힘을 가질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의 '악마와도 손을 잡으라'는 말씀을 상기시키고 싶다"는 등 통합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고 한다. 여당 원로들이 봐도 통합·협치를 못 하고 있다는 얘기다. 약식 취임식 때 약속했던 협치와 통합은 어디 가고 석 달도 안 돼 다시 하는 정식 취임식을 '반쪽짜리'로 전락시켰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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