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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통 속 온몸 멍든 시신… 캄보디아 범죄단지서 韓남성 사망

외교부 청사. 연합뉴스
외교부 청사.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중국계 갱단이 운영하는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남성이 숨진 채 발견돼 외교부가 현지 당국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했다.

최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캄폿주 보코산 지역의 한 범죄단지에서 한국인 박모 씨가 숨져 있는 것이 발견됐다. 시신은 대형 쓰레기통 안에서 이불과 검은색 봉지에 싸인 채 발견됐으며, 얼굴이 심하게 부어 있었고 온몸에 검붉은 피멍과 핏자국 등 심한 폭행과 가혹행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현지 경찰은 박 씨 외에 또 다른 시신 한 구도 같은 장소에서 수습해 수사 중이다.

박 씨가 발견된 곳은 현지에서 '범죄단지' 또는 '웬치'라 불리는 대규모 사기 콜센터라고 한다. 이곳에서는 수십~수백 명이 합숙하며 보이스피싱, 투자 사기 등 온라인 범죄를 조직적으로 벌인다. 중국계 갱단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으며, 조직원들이 탈출을 시도하거나 목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폭행과 고문은 물론 살해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씨는 이 범죄단지에 감금됐다가 내부 금전 문제로 살해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현재 캄보디아에는 이 같은 범죄단지가 50곳 이상 존재하며, 다수는 삼합회 등 중국계 범죄조직이 관리하고 있다. 최근 탈출에 성공한 피해자 한 명은 한국경제에 "중국 조직원들은 돈 때문에 사람도 쉽게 죽인다"며 "구타나 전기 고문은 흔했고, 탈출하다 붙잡혀 창고에 일주일 동안 갇혀 물고문을 당한 적도 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사건 인지 직후부터 캄보디아 경찰당국에 신속한 수사를 요청하는 등 필요한 영사조력을 제공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지 범죄 조직들이 한국인을 유인해 각종 사기 범행에 강제로 동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들은 온라인에 '고수익 해외 취업' 광고를 올려 한국인을 캄보디아로 불러들인 뒤 보이스피싱, 로맨스스캠 같은 범죄에 가담시킨다고 한다.

국민의힘 김건 의원실이 외교부에 요청한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에서 납치 및 감금된 한국인 수는 2023년 21명에서 지난해 221명으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1~6월) 212명으로 나타났다. 영사 콜센터에 접수된 관련 신고도 2023년 40건에서 지난해 586건으로 1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캄보디아 온라인 사기 범죄 조직 규모는 지난 6월 27일부터 약 한 달간 캄보디아 당국이 체포한 용의자가 3천 명이 넘을 정도로 크며, 그중 한국인도 57명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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