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을 국방위에서 활동해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 64년 만의 문민 국방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2025년 6월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지명 직후〉
"마오쩌둥이 중국 대륙을 통치하면서 항상 가슴에 품었던 처변불경(處變不驚)…마오쩌둥의 좌우명이 곧 내 좌우명." 〈안규백 국방부 장관. 지난 6월 15일 공군사관학교 방문 간담회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 야심차게 꺼내들었던 '문민 국방장관의 군 개혁' 카드가 끝내 실패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핵심 패인은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끊이지 않는 '자질 논란'에 있다. 지난달 약 1년 만에 재점화한 탈영 의혹은 명확한 해명이 없어 진화될 기미가 없고, 최근 드러난 '마오쩌둥(毛澤東·모택동) 좌우명 발언'은 이미 타오르는 퇴진 요구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미 국민 4명 중 3명은 안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본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버티는 안 장관도, 지켜보는 이 대통령도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안 장관이 사퇴한다면 군 내부 물갈이·사관학교 통합·전작권 회수 등 안 장관이 앞장서 끌던 정권의 주요 과업 추진 동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지지율이 급락하는 상황 속에서 이미 민심을 잃은 인사를 끝까지 안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필' 대통령과 '방위 출신' 국방부 장관은 이 불리한 전장에서 어떻게 탈출할 수 있을까.
◆'통일 좌절·분단 고착화' 주범 어록을 좌우명으로…"국방장관 자질 없어"
'방위 출신 국방부 장관'이라는 꼬리표는 취임한 이래로 안 장관을 집요하게 따라다녔다. 휴전 중인 국가에서 국방·안보 수장이 전문성을 지녔는지에 대해 의문과 불안을 가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렇기에 안 장관은 의심하는 국민을 탓할 수 없었다. 몸소 적격성을 증명해 나가는 것만이 순리였다.
하지만 안 장관은 결정적인 증명의 순간마다 낙제에 가까운 행보를 보였다는 게 냉정한 여론의 평가다. 겪지 않아도 될 부침을 자처하는 장면도 수차례 반복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 불거진 '마오쩌둥 좌우명' 논란이다. 마오쩌둥은 6·25전쟁 당시 중공군 참전을 결정한 적국의 수괴다. 그런데 안 장관은 지난 6월 공군사관학교에서 가진 간담회 당시, 이런 마오쩌둥의 어록 '처변불경'(정세가 급변해도 흔들리거나 놀라지 않는다)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소개했다.
지난 10일 정치권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안 장관은 공군사관학교 교수진과 훈육관, 사관생도 등을 모은 자리에서 "마오쩌둥이 중국 대륙을 통치하면서 항상 가슴에 품었던 처변불경, 마오쩌둥의 좌우명이 곧 내 좌우명"이라고 말했다.
안 장관은 10년 전에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남긴 것으로 전해졌다. 안 장관이 지난 2016년 더불어민주당 사무총장으로 취임하며 가진 언론 인터뷰에서도 "내 좌우명은 처변불경이다. 어떤 변화가 와도 놀라지 않고 가볍게 행동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마오쩌둥 전 주석이 신조로 삼았던 말"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안 장관 발언이 알려진 뒤 정치권 안팎에선 거센 파장이 일었다. 과거 발언은 차치하고서라도, 국방부 장관으로서, 더더욱 사관 생도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나와서는 안될 말이었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더욱이 안 장관이 이같이 발언한 날은 6월 25일을 불과 보름 앞둔 시점이었다.
6·25 전쟁 당시 한국·유엔연합군 입장에서 중공군의 참전은 절망과도 같은 사건이었다. 북진통일을 목전에 뒀던 우리 군은 마오쩌둥의 결단에 의해 이를 영영 놓치고 말았다. 중공군의 참전이 없었다면 우리 군의 사상자도 한참 적었을 것이고, 분단이 70년 이상 고착화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게 학계의 일관된 평가다.
이에 대해 국방부 측은 "정세 변화에 흔들림 없이 대처하라는 취지의 인문학적 비유였을 뿐 특정 정치 인물이나 사상을 옹호·강조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묻지도 않은 좌우명 말고, 병적기록부나 공개하라" 몰아치는 野 공세
안 장관을 향한 야권의 거센 정치공세와 국민적 비난은 예정된 수순과도 같았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안 장관의 엽기적인 발언이 지탄을 받고 있다"고 직격했다.
정 원내대표는 "주적이 어디인지 대답도 못 하는 정권에서 탈영 의혹을 받고 있는 국방부 장관이 사관학교에 생도들 앞에서 모택동의 좌우명을 금과옥조처럼 떠받들고 있다고 자랑한 것"이라며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군대이고, 어느 나라 장관이냐"고 쏘아붙였다.
이어 "국방부는 이를 인문학적 비유라고 둘러댔다"며 "피아식별을 못 하는 것도 모자라 피아를 뒤바꿔버리는 것이 인문학이라면, 종북 간첩은 위대한 인문학자라고 불러야 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정 원내대표는 "안 장관이 인용한 처변불경은 원래 모택동이 아니라 장개석 총통이 한 말이라는 설도 있다"며 "모택동이 아니라 장개석(蔣介石·장제스) 총통의 어록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안 장관이 과연 그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런 인물이 장관을 차지하고 있으니 우리의 안보가 안에서부터 썩어 들어간다"며 "안 장관의 존재 자체가 군에 대한 조롱이다.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일종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해당 논란을 언급하며 "아직도 생존해 계시는 한국전쟁 참전용사분들과 순국하신 참전용사분들께서 모두 분노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성 의원은 "(안 장관은) 묻지도 않은 좌우명 말고, 탈영 의혹에 대해서나 제대로 밝히고 병적기록부를 지금 즉시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李대통령 코가 '석 자'인데…민심 거슬러 안고 갈 여력 있나
안 장관과 정부 입장에서는 해당 논란이 불거진 시점도 좋지 못했다. 안 장관이 다시 불거진 '탈영 의혹'으로 난타당한 국면이 채 가시기도 전이어서다. 잇달아 터진 논란은 곧장 안 장관의 '자질론'으로 귀결됐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안 장관에 대한 국민 평가가 이미 주워담기 어려운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 같은 민심은 복수의 여론조사에서도 감지된다.
개혁신당이 당 정책연구원인 개혁연구원에 의뢰해 지난 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참여자 75.6%는 '안규백 장관이 직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안 장관이 직무를 계속 수행해도 된다'는 응답은 16.4%에 불과했다. '마오쩌둥 좌우명' 발언이 세간에 알려지기 전부터, 국민 대부분이 안 장관에게 등을 돌린 상태였던 셈이다.
아울러 응답자의 88.0%는 안 장관의 탈영 의혹을 이미 알고 있다고 답변했고, 의혹에 대해 '사실이거나 사실에 가깝다'는 의견은 63.5%에 달했다. 반면 '허위이거나 허위에 가깝다'는 응답은 29.1%에 그쳤다.
안 장관과 국방부가 공개를 거부한 병적기록부에 대해선 '공개해야 한다'는 응답이 무려 84.7%에 달했다.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 100%, 응답률 2.57%. 표본오차 95%·신뢰수준 ±4.4%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에 더해 천지일보 의뢰로 여론조사기관 코리아정보리서치가 지난 10~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3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안 장관이 자신의 과거 군 복무와 관련한 탈영 의혹에 직접 해명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은 75.0%로 집계됐다. 불필요하다는 비율은 17.6%였다.
주목할 점은 '필요하다'는 응답이 보수와 진보 진영을 가리지 않고 과반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필요하다는 응답은 ▷보수층 88.7% ▷중도층 77.4% ▷부동층 62.5% ▷진보층 59.5% 순으로 높았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진보층 29.6% ▷중도층 17.8% ▷부동층 16.0% ▷보수층 7.8% 순이었다.
(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100%), 응답률 3.7%. 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안 장관을 향한 국민 불신은 이제 안 장관이 추진을 주도하는 이재명 정부 전반기의 국방·안보 정책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안 장관의 전문성, 안보관 등이 의심받으면서 사관학교 통합 등 각종 개혁안의 진의마저도 의심받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안 장관이 아직 공식적으로 사의를 밝힌 바 없고, 이 대통령이 국방부 장관 교체를 검토한다는 등의 이야기도 나온 게 없다. 일각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 '버티기' 전략을 고수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더욱이 발목을 잡는 것은 완연한 하락세에 접어든 이 대통령 지지율이다. 안 장관 임명 당시에는 과반이었던 지지율이 최근에는 '데드크로스'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지지율 하락을 감수하며 정책과 인선을 밀어붙일 수 있는 구간은 진작에 지나쳤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형식과 시점의 차이일 뿐, 어찌 됐건 안 장관이 조만간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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