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의 언어폭력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지만, 나아지기는커녕 그것을 일종의 전략으로 학습하고 활용하고 있어, 불가피하게 그것을 접하는 국민도 광의의 피해자가 되고 있다.
언어폭력은 언어적 수단을 이용해 상대에게 심리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상대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행위이다. 언어폭력의 대표적인 유형은 욕설과 비난이지만, 협박이나 위협, 험담이나 소문 유포, 모욕과 조롱 등도 포함된다.
우리는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 전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이다. 언어의 품격은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의식과 공감 능력에 기반하여 건강하고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비난하고 험담하는 부정적 언어는 소통을 단절시키고 갈등을 일으키지만, 품격 있고 격려하는 긍정적 언어는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상진은 조선 명종조에 우의정, 좌의정을 거쳐 영의정에 올라 15년간이나 재상으로 왕을 보좌하여 신망(信望)이 두터웠는데, 그 비결 중 하나는 언어의 품격을 지킨 것이다. 먼저 상진은 타인의 단점을 비난하기보다 장점을 찾아 말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여 준다. 어떤 이가 찾아와 "아무개는 한쪽 다리가 짧습니다"라고 비난하자, 상진은 "어쩔 수 없이 그것을 말해야만 한다면 '한쪽 다리가 길다'라고 말하는 편이 좋지 않겠는가?"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다음으로 상진은 타인의 처지에 공감할 수 있을 때 긍정적이고 품격 있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당시 무과(武科) 응시생들이 허다히 신상(身上)을 조작하였기에 관료의 신원 보증서를 요구하였다. 그래서 상진을 찾아와 신원 보증을 요청하는 응시생들이 많았고, 그가 가리지 않고 모두 응해 주었더니, 그의 서명을 위조해 제출하는 자도 많았다. 이것이 문제가 되자, 그는 "어떤 것은 취중에 써 주었고, 어떤 것은 졸면서 써 주었으며, 어떤 것은 누워서 써 주었으므로 필적이 같지 않다"고 하였다. 마땅히 신원 보증을 받을 곳이 없는 응시생들의 딱한 처지에 공감하고 그들을 모두 구제할 수 있는 말을 해 준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진은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의식이 있어야 품격 있는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그는 요리 재료가 될 동물을 보면, 언제나 살려 줄 궁리를 하며 "어찌 차마 살아 있는 동물을 잡아먹을 생각을 하랴?"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이익(李瀷)은 "이 말을 보고 마땅히 깨닫고 반성해야만 한다. 아무리 미물이라도 그것을 보고 고기 맛이 좋다느니 나쁘다느니, 또는 삶아 먹어야 한다느니 구워 먹어야 한다느니 평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이맛살이 찌푸려진다"라고 하였다. 이처럼 우리의 선인은 사람에 대해 험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동물에 대해서도 나쁜 말을 하지 않으려 노력하였다.
그렇다고 해서 상진이 좋게만 말하는 호인(好人)은 아니었다. 그는 "조정에서 간사한 자를 논박(論駁)하고, 세상 풍조에 영합하지 않았기에 명재상으로 불린다"라고 문헌에 기록되어 있으니, 선량한 약자를 보호하고, 악의 세력과 타협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정치인의 언어 품격은 공감 능력과 정의심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치인의 언어폭력은 거친 표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결국 국격(國格)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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