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일선 보건소, 병의원 마약류 의약품 관리 엉망…전문가들 "현장과 제도의 간극을 메워야"

냉장보관 마약류 의약품…냉장고에 자물쇠 달아 보관
국내 마약류의약품 보관함 개발…NIMS 와도 연동
대구시 현장 지도단속 강화…"불법 유출 엄단할 터"

최현민 엔케이어드밴스 대표가 마약류 보관함 내 냉장시설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주형 기자
최현민 엔케이어드밴스 대표가 마약류 보관함 내 냉장시설을 열어 보이고 있다. 이주형 기자

대구동산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들에게 투약되는 진통제 종류의 약들은 대부분 마약류 의약품이다. 생을 마무리 하기 위해 이곳에 입원한 환자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기 위해서는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마약성 진통제가 사용되는 탓에 관리가 늘 문제였다. 그러나 지난해 대구업체가 개발한 마약류 의약품 보관함을 들여놓은 뒤 일손이 크게 줄었다.

해당 보관함은 지문과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열리는데다 마약류 의약품을 넣고 빼면 자동으로 기록이 된다. 보관함 자체에 CCTV가 달려있어 재고가 맞지 않을 경우 추적 확인이 가능하다.

대구동산병원 호스피스 병동 전미화 수간호사는 "호스피스 병원에 사용되는 진통제 대부분이 마약류로 분류된다. 과거 이중 잠금장치를 하다보면 누가 열쇠를 가져갔는지 찾기가 일쑤였다"며 "지난해 전용보관함을 구비하고 나서 여러모로 편리해졌다. 의약품 출납이 자동 기록되기 때문에 재고 관리에도 문제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냉장고에 열쇠달고 보관

수면내시경 시술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비롯해 일부 마약류 의약품은 냉장보관을 해야 한다. 이 때문에 일선 병의원에서는 소형 냉장고 문에 임시로 자물쇠를 달아 보관하기도 한다. 이중 잠금장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냉장고 내에 어린이 장난감 금고를 실리콘으로 붙여 마약류의약품을 보관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목격된다.

정부의 R&D(연구개발) 지원을 받아 마약류의약품 보관함을 개발한 엔케이어드밴스 최현민 대표는 "일선 병의원들의 마약류 보관상황을 보면 분실, 도난 등에 너무 취약하다. 냉장보관 시스템도 없어 일부 의약품을 실온에 보관하는 경우도 자주 목격된다"며 "보건소, 의료기관 마약류보관 실태와 현행 법규가 너무 괴리가 크다. 의료현장과 관련 법규의 간격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그동안 국내에는 마약류의약품보관함이 미국제품을 들여오거나 이를 카피해 생산한 제품들이 유통됐다. 그러나 해당 제품들은 1억이 넘는 고가여서 동네 의원들이 전용 보관함을 설치하기는 무리였다. 엔케이어드밴스는 2023년 정부의 연구개발비를 지원받아 마약류의약품 보관함을 개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NIMS·님스)와도 바로 연결돼 재고관리 편리함을 높였다. 가격도 미국제품의 20~40% 수준이다.

◆대구시 현장점검 강화

마약류보관함 상황과 재고관리가 이처럼 허술한데도 보건당국의 지도단속 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구 지역 9개 구·군 보건소의 마약류 관련 관리 담당 인력은 총 24명에 불과하다. 달성군과 군위군은 각각 2명, 1명이 관리하고 있다.

대구시는 최근 구·군과 각 보건소에 공문을 보내고 이중 잠금장치 설치 등 마약류 보관 규정 준수를 요청했다.

김태운 대구시 보건복지국장은 "마약류 관리 보관 체계를 보강해 규정대로 철저히 관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현장 점검을 통해 엄격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부에 불법적으로 유출된 사례는 현재까지 확인된 바 없으나, 만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의료기관 등에 대한 강도 높은 행정 조치 또는 고발 등을 통해 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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