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김성은] 케데헌 열풍과 대구 관광

김성은 경북대 교수
김성은 경북대 교수

넷플릭스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개 직후 글로벌 스트리밍 1위를 기록하고, OST가 빌보드 차트에 동시 진입하는 등 K-콘텐츠의 힘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 열기가 단순한 시청 경험을 넘어 실제 관광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외국인의 한복 체험 예약은 전월 대비 30% 증가했고, 대만 관광객 수는 400% 이상 늘었으며, 전통음식과 K-팝 체험 프로그램 수요도 두세 배 확대되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은 드라마와 연계된 전시 효과로 방문객이 전년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K-관광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공식 통계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4년 방한 외래 관광객은 1,637만 명으로 전년 대비 48.4% 증가했으며, 관광수입은 164억 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는 2,000만 명 돌파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정부가 추진하는 중국 단체 관광객 무비자 제도는 수요 확대를 견인하고 있으며, 서울·부산·제주 등 주요 도시의 외국인 관광객 증가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발맞추어 국내 주요 도시들은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은 한류 체험과 도심 관광을 결합한 융·복합 프로그램을 확장하고, 인천은 환승객을 겨냥한 단기 체류형 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부산은 직항 노선을 중심으로 중국 관광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올해 10월 말 경주에서 개최되는 APEC 정상회의는 글로벌 관광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 이처럼 국제 행사와 정책적 기회는 도시간 경쟁을 한층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대구의 현실은 다소 아쉬운 상황이다. 팔공산, 근대문화골목, 치맥페스티벌 등 매력적인 관광자원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래 관광객의 대구 방문 비중은 2019년 3.5%에서 2024년 1.6%로 감소하였다. 관광사업체 수, 숙박시설 규모 등 주요 지표에서도 대구시는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더구나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독립적인 관광전문기관이 부재하다는 점은 지역 관광정책의 구조적 제약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광목적지로서 대구가 지닌 성장 잠재력은 분명하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달성군의 외국인 방문객은 2020년 2만 7천 명에서 2024년 30만 명 이상으로 11배 증가했고, 소비지출 또한 7배 확대되었다. 대구국제공항의 외국인 입국자 수도 노선 다양화에 힘입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군위군 편입으로 도시·자연·전통이 결합된 관광 자원이 확충되었다. 이는 대구가 글로벌 관광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적 근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 대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관광을 정책의 부차적 산업이 아닌 핵심 전략산업으로 격상시키고, 독립적인 관광전문기관 재설립과 안정적 예산·인력 투입, 관광수용태세 개선, 지속가능한 관광산업 생태계 조성 등을 서둘러야 한다. 관광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도시 경쟁력 확보의 필수조건이다. 케데헌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증명했듯이, 콘텐츠는 관광으로 확장되고 관광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한다. 지금이야말로 대구가 체계적 전략과 실천을 통해 한국 관광의 새로운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는 결정적 분기점이다.

경북대 김성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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