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힘들고 낮아도 가장 가치 있는 이름

이동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과 교수.
이동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과 교수.

"심전도가 모두 정상이네요. 이제는 더 이상 검사하러, 병원에 오시지 않아도 돼요. 걱정없이 지내 셔도 괜찮아요." 준수의 심전도를 확인하고, 준수 엄마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렸다.

"내년에 또 오면 안될까요? 걱정이 되서요."

"진짜 다 나아서 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자, 갑자기 눈물을 흘리시는 엄마를 보니 적잖이 당황했다

"준수가, 34주 2050g으로 태어나서…."

'이제 그만 오셔도 된다'고 아무리 말씀 드려도, 준수 엄마의 걱정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도 똑 같은 대화가 오갔었다. 처음 준수를 만난 건 4년 전, 심잡음이 의심되어서였다. 다행히 심장초음파검사에서는 정상이었지만, 심전도에서 심실조기수축(심장의 정상적인 전기 경로가 아닌 심실에서 불규칙하게 신호가 생겨 심장이 뛰는 것)이 진단되었다. 준수처럼 몇 개 정도만 보이는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6개월 뒤 다시 확인하기로 했고, 그 후에도 1년마다 추적검사를 했는데 결과는 늘 비슷했다.

나는 '더 이상 검사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지만, 준수 어머니는 매년 병원을 찾으셨다. 내가 병원을 옮겨, 오시는 길이 40분 이상 걸리는데도 말이다. 준수는 미숙아로, 작은 몸무게로 세상에 태어났기에 엄마는 걱정이 많은 듯 보였다. 이제는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한 뼘이나 더 크고, 잘 자란 준수가 아직도 엄마는 미숙아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미숙아로 태어났기에 가질 수 있는 여러 위험성도 이제는 전혀 없고, 심실조기수축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참을 설명하고 나서야, 준수 엄마의 고집도 꺾였다. 그러면서 "매년 선생님을 만나야 안심이 된다" 고 하시며 "그만 오시라"는 나의 말에 일말의 아쉬움을 느끼는 듯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잘 보살펴주셔서 감사하다"고, "선생님 덕분에 준수가 이만큼 잘 자랐다"고 말씀해 주셨다. 마지막으로 준수와 엄마께 인사를 전하면서, 준수 엄마와의 따뜻한 실랑이가 끝이 났다.

나는 다시금 느낀다. 소아과의사라는 이름은 참 가치 있는 이름이다. 그렇지만 현실에서는 '힘든 과, 수입이 낮은 과, 인기 없는 과'라는 수식어가 늘 상 따라다닌다. 이는 수치로도 증명이 된다. 실제로 2018년까지는 전공의 정원의 100%를 충원했지만, 그 이후 지원율이 급격히 떨어져 2024년에는 25.9%에 불과하다. 지방은 더 처참하다. 대구 지역의 경우, 전체 정원 60명 중 현재 근무 중인 전공의는 단 4명뿐이다. 궁여지책으로 이름을 소아청소년과로 바꾸고, 수련 기간도 4년에서 3년으로 대폭 줄였지만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뉴스에서는 "힘들고, 수입이 낮아 기피된다"는 말이 쏟아지고, 실제로도 인기 없는 과로 인식된다.

하지만 소아과는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가족 전체에 희망을 전하는 과다. 아이들이 회복해 웃음을 되찾고, 불안하던 부모가 안도하며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그 순간은 경제적 보상을 넘어서는 특별한 가치가 있다. 아이와 부모의 웃음은 그 어떤 보상보다 크며, 바로 그 속에서 우리는 소아청소년과 의사로서의 보람과 특권을 누린다. 오늘도 묵묵히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모든 소아청소년과 선생님들께 이 말을 전하며, 진심 어린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 꽃은 스스로 피어나지 않는다. 누군가의 손길이 있어야 한다."

이동원 대구가톨릭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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