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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문예광장] 소파를 사랑하는 아내/ 신영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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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 '소파를 사랑한 아내' 관련 사진. 일러스트 작가 이칠우의 생성형 AI

살아온 길이만큼 어울리게

소파는 아내와 닮았다

말이 없다

색깔도 둘 다 진하다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편안하다

앞과 뒤가 정확하다

남편의 월급보다 편하게 눕는다

남편이 바라보아도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편안하다

아내가 편하다면

나는 결혼 잘한 거다 생각하지만

소파를 질투한다는 남편 소리를 듣기 싫어

점잖은 척 아내와 소파를 지긋이 응시할 뿐

나 혼자 잠자리에 들면서

나 혼자 중얼거리며 소파를 바라본다

소파는 나의 최대 적이다

내일 아침엔 너는 분리수거 될 것이다

아니아니

소파의 길이만큼 생각해 보니

나의 일방적 사랑은 소파의 생각보다 짧았다

밤새도록

내가 분리수거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잔 마신 막걸리가 맹물이 되었다

◆시작 노트

오늘도 퇴근한 후 아내와 대화를 시도하지만, 아내는 도무지 말이 없다. 아내는 저녁을 차려준 후 책을 읽다가 '어린아이 숏폼(손주가 없어서 대리 만족함)'을 보다가 자신이 우리 집 거실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파로 향한다. 신혼 때 구입한 소파의 길이와 아내의 길이가 자로 잰 듯 일치한다. 마치 가구의 일부인 듯 자리 잡는 아내의 저 자연스러운 일상!

우리 집 소파는 고동색이다. 고동색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색이다. 아내는 고동색의 이미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소파에 기댄다, 눕는다. 엎어진다. 내가 바라보아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바라보는 내가 오히려 편안하다(다른 남자에 기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하하 ……).

어쩌면 내가 소파를 질투한다는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하여 모른 척해야 한다. 소파를 지긋이 응시할 뿐. 하지만 나는 행동할 것이다. 저놈의 소파를 없애 버려야지. 내일 아침엔 반드시 저 소파를 분리수거장 앞에 갖다 버려야지 하면서 한잔 막걸리로 나의 신념을 굳게 다진다.

아니다. 마악 잠이 들려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든다. 소파가 분리수거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분리수거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질투는 나의 힘'※이 아니라 '힘없는 질투'※※로 나락에 빠지는 질투의 화신을 떠올릴 뿐이다.

※ 기형도 시인의 시 제목

※※ 김조민 시인의 시 제목

신영조 시인
신영조 시인

◆신영조 약력

- 등단 '현대시학' 2005년

- 시집 '눈물을 조각하여 허공에 걸어두다' (서정시학, 2021년)

- 대구시인협회 사무국장(현), 한국시인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회원

-2016년 대구문협 올해의 작품상, 2023년 제2회 미래서정 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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