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형배 "'윤석열을 파면한다' 연습만 4번…집 앞 시위가 두렵나?"

"尹 파면 순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아"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어른 김장하의 씨앗'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 북토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형배 전 재판관이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문 전 재판관은 지난 27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3'에 출연해 손석희의 "4월 4일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선고가 있었다. 저 순간을 다시 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손석희가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할 것 같다. 인간적으로 궁금해서 드리는 질문인데 마지막 문장, 아무개를 파면한다. 연습을 하셨냐"고 물었다. 이에 문 재판관은 "4번 정도 한 것 같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선고 때 재판장이 주문을 읽을 때 원고를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주문이라는 것은 정면을 바라봐야 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고 연습을 했다"고 했다.

이어 "판사들은 대체로 선고할 때 판결문을 보고 읽기 때문에 고개를 드는 게 쉽지가 않다. 그날 생중계가 되고 카메라가 들어올 게 예상됐기 때문에 '무조건 카메라를 보고 선고한다', 그걸 4번 연습했다"고 말했다.

"연습대로 됐냐"는 질문에는 "마지막에 고개를 숙였다. 숙이면 안 되는데 습관이 나온 것 같다. 사실 그날 재판관 8명이 모였다"며 "그날 논의된 게 저의 선고 모습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평소 제가 말이 빠르고 목소리가 작다. 자기들 앞에서 또박또박 크게 읽어보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제가 거절했다. 그리고 사무실에 가서 연습을 했다"며 "또박또박 크게. 제가 카메라를 보고 주문을 읽고 속으로 '됐냐?', '이 정도면 되겠느냐?' 그런 마음으로 끝냈다"고 설명했다.

손석희의 "4월 1일에 8대 0이었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개인적으로 만장일치해야 하고 만장일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만장일치를 해야 하는 이유는 결정의 수용을 높이기 위해서 그렇고 그만큼 명백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표결을 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다. 4월 1일 선고기일을 지정해야 4월 4일 선고가 될 거라고 봤다. 4월 4일을 넘길 경우에 제 퇴임이 4월 18일이라 한 주밖에 없는 거라 탄핵 재판이 표류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석희가 "시위한 사람들이 집을 잘못 알고 찾아갔다"고 말하자, 문 전 재판관은 "제가 원래 그 단지에 살고 있었는데 전세금을 올렸다. 그 집에 있을 수 없으니까 옆 단지로 갔다"며 "근데 시위하는 사람들이 종전 주소지에서 시위를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가족들이 산책을 못 나가게 했다. 저는 산책을 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제가 한 조치는 가족을 부산으로 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저는 산책을 나갔다"고 부연했다.

이어 문 전 재판관이 "집 앞에서 시위하는 게 그게 뭐가 두렵냐"고 반문하자, 손석희는 "아니, 집 앞에서 안 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문 전 재판관은 "예, 바로 그거다. 옆 단지에서 시위하는 게 뭐가 두렵냐는 거다"고 짚었다.

아울러 "더 재미난 것은 (그 단지) 관리소장이 나가서 그 사람 여기 살지 않는다고 진실을 말했다. 그러니까 그 사람들이 '우리가 당신 말을 어떻게 믿느냐'고 계속 있었다"며 "그때 저는 '때로는 불신이 유용하다'는 걸 느꼈다. 계속 제가 아침 산책을 하는데도 3단지 앞에서 시위를 한다는 뉴스가 들리더라. 그래서 그냥 '소이부답(웃기만 하고 대답하지 않는다는 뜻)'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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