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9년 국민 세금으로 갚아야 할 적자성 국가채무가 1천3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국가보증채무와 공공기관 부채 등 이른바 '잠재 채무'까지 합치면 2천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단순한 채무 규모 확대를 넘어 재정 건전성과 국가 신용도에 중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잇따르고 있다.
8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5∼2029년 국가보증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정부 보증채무는 올해 16조7천억원에서 2029년 80조5천억원으로 4년 만에 63조8천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증채무 비율도 같은 기간 0.6%에서 2.6%로 상승한다.
국가보증채무는 정부가 직접 돈을 빌린 것은 아니지만 공공기관·지방정부·공기업 등이 차입금을 상환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대신 책임을 져야 하는 '잠재적 부담'이다.
특히 보증채무 급증 배경에는 올해 신설된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있다. 정부는 반도체, 2차전지, 바이오, 인공지능(AI), 로봇 등 차세대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5년간 50조원 규모 기금을 마련하기로 했으며 이 자금을 정부 보증을 붙인 채권으로 조달한다. 이에 따라 2029년 보증 잔액이 43조5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장학재단 보증 잔액도 11조원에서 15조6천억원으로, 공급망안정화기금채권은 4조2천억원에서 21조4천억원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부채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2025∼2029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이거나 정부가 손실 보전을 의무적으로 맡는 주요 공공기관 35곳의 부채가 올해 720조2천억원에서 2029년 847조8천억원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이들 기관이 수익 창출에 실패하면 정부 재정이 직접 투입될 수밖에 없어 또 다른 잠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미 정부는 '2025∼2026년 국가채무관리계획'을 통해 2029년 적자성 국가채무가 1천362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국가보증채무와 공공기관 부채를 더하면 사실상 2천조원 규모의 채무 부담이 정부 재정을 압박하는 셈이다.
숨은 채무는 이 뿐만이 아니다. 공적연금의 구조적 적자 역시 장기적 폭탄으로 꼽힌다. 3일 국회에 제출한 '2025~2065년 제3차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8년 적자로 전환해 2064년 고갈이 예상된다. 2065년 적자 규모는 GDP 대비 5.1%에 달한다. 이미 매년 수조원의 국고 지원을 받고 있는 공무원·군인연금 적자도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이다.
문제는 급증하는 채무가 국가신용도와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이다. 국채 발행이 늘면 금리가 오르고 이자 부담도 가중된다. 올해만 해도 국고채 이자지출이 3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코로나19 시기 대규모로 발행했던 국채의 만기 도래가 본격화하면서 이를 갚기 위한 차환 발행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유럽에서도 경고 신호가 잇따른다. 프랑스와 영국은 대규모 재정적자 우려 속에 국채금리가 급등했고, 프랑스는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 비기축통화국인 한국에서 유사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훨씬 큰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의 국가부채 증가 속도를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이미 주시하고 있다"며 "이대로 국채 발행이 이어지면 물가 상승, 국제수지 악화, 환율 불안 등 부작용이 도미노처럼 발생할 수 있다. 재정 구조 개혁을 더 미룰 수 없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댓글 많은 뉴스
장동혁 "한동훈과 같이 못간다…해당 행위엔 강력 조치"
차진아 교수 작심 인터뷰 "수준 낮은 공청회…秋, 공직 자격 없어"
'700조 선물 외교'에도 뒤통수 친 미국, 혈맹 맞나
국민의힘, 美 '韓기업 이민단속'에 "700조 투자하고 뒤통수"
트럼프 "한국 배터리·조선 인력 불러들여 미국인 훈련시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