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인 박정만(50) 씨와 수영강사인 김하나(46) 씨는 2012년에 결혼해 아들만 셋 낳았다. 첫째 준형(9)과 둘째 준희(9)는 쌍둥이고 막내 준우(8)는 형들과 연년생이다. 셋 다 남대구초등학교에 다닌다.
◆시험관으로 쌍둥이, 이듬해 자연 임신
박정만·김하나 부부는 요즘으로 치면 그렇게 늦은 나이는 아닌데 신혼 초 쉽사리 아이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시험관 시술을 통해 결혼 4년 만에 쌍둥이 형제를 낳았다. 막내는 의도치 않게 자연 임신이 됐다.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
세 아이는 대체적으로 성격이 쾌활하고 밝은 편이다. 그 중 첫째 준형은 운동을 제일 잘 하고 소질이 있다. 지난 7월 태권도 품새대회에 나가 2위를 했다. 노래랑 춤추는 것도 좋아한다. 둘째 준희는 엄마를 많이 도와주고 엄마를 제일 위해 주는 딸 같은 아들이다. 게임 보다는 독서를 즐기며 두 형제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얌전한 편이다. 막내 준우는 애교가 많고 먹성이 셋 중 제일 좋은 이 집의 귀염둥이다. 김치를 유달리 좋아한다.
삼형제는 관심사도 고만고만하고 친구들도 비슷해서 서로 잘 어울려 논다. 그리고 싸우기도 잘 싸운다. 그래 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낄낄거리는 걸 보면 아이들 싸움에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닌 것 같다.
◆"아랫집에 사과할 일 많았죠"
주변에서는 아들 셋 키우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한다. 이에 대해 김하나 씨는 "남자아이 셋이라 힘든 것보단 육아 자체가 힘들다"며 "그래도 남자애들이라 보니 그 에너지를 감당하기가 가끔 벅찰 때가 있다"고 했다. 애들 셋이 떠들고 장난치면 정신이 없을 정도다.
어릴 때는 애들이 집에서 뛰기도 해 아랫집에 미안할 때가 많았다. 쌍둥이들이 유치원에 입학할 시점이었는데 당시 코로나가 터져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못 갈 상황이었다. 집에서 놀 만한 걸 이것저것 주문해서 애들에게 줬는데 아무래도 한 달을 집에만 있으니 아랫집에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났다 보다. 어느 날 아랫집 분이 아파트 바닥에 매트를 깔아 달라 요청해서 바로 조치하고 과일과 쪽지를 써서 사과드린 적이 있다. 그 이후에도 층간소음 문제로 아랫집의 주의를 받은 적이 두어 번 더 있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조심하라고 주의를 줬지만 완벽하게 제어는 안 되다 보니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지금은 커서 조금 덜하고 애들도 어릴 때부터 조심하라는 잔소리를 하도 많이 들은 터라 최대한 조심하고 있다.
◆육아 난이도는 하나나 셋이나 비슷
평일에는 남편의 출근 시간이 아내 보다 빠르다. 그래서 김하나 씨가 애들을 등교시키고 출근한다. 아이들은 셋 다 학교에 갔다 수업이 끝나면 늘봄교실에 갔다 태권도, 수영, 풋살 수업에 참여한다. 저녁에는 다섯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낸다. 저녁 식사를 한 뒤 애들은 공부와 게임을 조금 하고 부부는 가사일이나 휴식을 갖는다.
김하나 씨는 토요일에도 격주로 출근을 해야 해서 그 때는 남편이 혼자 아이들을 돌본다. 대신 아내가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에는 자전거도 타고 러닝도 하며 운동을 즐긴다. 주말 오후에는 집에서 같이 애들을 돌보거나 함께 바깥 나들이를 나가기도 한다.
아들 셋 키우는 육아 비법을 궁금해 하는 이들도 많은데 특별한 노하우는 없다. 김하나 씨는 "우리 같은 경우는 일찌감치 기선제압(?)을 해 놓기도 했고 또 애들 모두 순한 성격이라 아직까지는 저희 말을 잘 듣는다"면서 "문제는 사춘기 시기일텐데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조금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부부의 육아 분담은 딱히 정해 놓고 하는 건 없지만 훈육은 거의 엄마가 담당하고 있다.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 남들한테 피해 주는 행동은 가차 없이 혼내곤 한다.
◆형제지만 서로가 친구
쌍둥이에 연년생이라 셋은 형제이면서 서로가 친구다. 다른 친구들이 없어도 셋이 잘 논다. 심심할 겨를이 없다. 셋이 항상 같이 다니니 재미도 있고 의지도 된다.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인데 태권도학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놀이터가 있었다.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들에게 김하나 씨는 "친구들도 없는데 집에 가자"고 했다. 그랬더니 첫째 준형이 "왜 친구가 없냐. 준희랑 준우 있잖아"라고 되묻는 거다. 그때 아차 싶었다. 이 아이들은 형제이면서도 서로 친구라는 것을 말이다.
셋이 워낙 재미있게 잘 노니 그 모습을 보고 다른 친구들이 다가올 때도 있다. 또 애들 중 누구 하나 다른 친구를 사귀게 되면 나머지 둘이 같이 어울리기도 한다.
애들 셋을 세 쌍둥이로 착각하는 경우도 있다. 삼형제와 함께 밖으로 나가면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한 집 애들이 맞냐? 세 쌍둥이냐?"고 물어본다. 그러면서 "아이고, 엄마 힘들었겠다"는 게 공통적인 얘기고, 여기서 한 마디 더 거드는 분들은 "엄마한테는 딸이 있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그럴 때마다 그는 "괜찮다. 아들 셋 만족한다"고 손사레를 친다.
◆아이들 뒷받침하려면 부모가 건강해야
맞벌이 부부다 보니 아이들한테 미안한 점도 많다. 애들이 "다른 친구들은 학교 빠지고 여행 가는데 우리는 왜 안 가냐"고 묻거나, 방학 때 도시락 싸서 매일 학교(늘봄교실) 가는 모습을 보면 짠한 마음이 든다. 예전 자신들이 학교 다닐 때는 방학 때 늦잠 실컷 자고 종일 놀고 방학숙제 미뤄뒀다 개학 전날 하고 그랬는데 요즘 애들은 방학 때도 똑같이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가야 하니 방학이 방학 같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최대한 시간 내서 아이들과 놀아주고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려고 노력 중이다.
부부는 "지금까지 애들이 크게 아픈 적도 없고 크게 속썩인 적도 없이 잘 커줬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한다"며 "부모로서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을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이런 뒷받침은 건강해야 가능하기에 부부는 앞으로 건강 관리에 더 신경 쓸 계획이다.
남편 박정만 씨는 "우리 부부 나이가 아이들 또래 친구들보다 많다 보니 우선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며 "정서적으로도 안정적인 가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목표는 내년에 철인3종 대구대회에 첫 출전해 완주하는 것이다.
아내 김하나 씨는 "몇 년 뒤에 아이들이 사춘기를 겪게 될 텐데 그때 정서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하고 슬기롭게 잘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그러려면 평소 대화와 소통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저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꼭 해보고 싶다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며 "우리 아이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저보다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다자녀지원책, 영·유아기에 초점 맞춰져
김하나 씨는 "육아휴직의 경우 막내 분이 남아있는 상황이고 회사에서도 사용에 적극적이지만 현실적인 문제들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집 대출금, 애들 학원비 등을 충당하려면 맞벌이를 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애들이 어리고 먹는 양이 많지 않지만 중학생쯤 되면 엄청나게 먹어댈 텐데 쉽게 쉴 수 있는 상황이 안 된다.
다자녀지원정책이나 육아정책의 경우도 대부분 영·유아기 때에 초점이 맞춰져 자신들 같은 경우는 그다지 혜택을 보는 게 많이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요즘은 신생아 때 정부 지원금이 꽤 나온다고 하던데 저희 때만 해도 지금 같지는 않았다"며 "아동 수당의 경우도 만 8세까지라 막내 준우는 지난 9월에 끝났다"고 했다.
다자녀가정에 대한 가스요금, 전기세 등의 할인 혜택도 한계가 있어 큰 차이는 체감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동차 취득세 면제 혜택 또한 이 때문에 차를 바꿀 수 없는 노릇이라 별반 도움이 안 된다.






























댓글 많은 뉴스
택배 멈춘 새벽, 시작도 못 한 하루…국민 분노 치솟는다
'세계 최고 IQ 276' 김영훈 "한국 정부는 친북…미국 망명 신청"
추미애 "국감 때 안구 실핏줄 터져 안과행, 고성·고함에 귀까지 먹먹해져 이비인후과행"
원전 재가동 없이는 AI 강국도 없다
친여 유튜브 출연한 법제처장 "李대통령, 대장동 일당 만난 적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