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수가 없었다. 음식이 쓰레기 같았다."
"숙식하는 곳에 변기가 같이 있어 힘들었다."
"체포 과정에 막 총구를 들이밀고 그랬다더라."
미국 조지아주의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체포돼 구금됐던 우리 국민들은 구금시설에서의 7일간의 생활에 대해 이같이 토로했다.
12일 오후 대한항공 전세기 KE9036편을 타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330명의 귀국 근로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구금 기간 중 인권 침해 수준의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 중 한국 국적자는 316명, 외국 국적자는 14명으로, 8일 만의 귀국이었다.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엔지니어 조모(44)씨는 "인권 보장이 안 됐다"며 "2인 1실을 쓰는데 숙식하는 곳에 변기가 같이 있어 생리 현상 해결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처음에는 되게 강압적이고 저희를 범죄자 취급하는 태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는지 태도가 달라졌다"고 했다.
조씨는 체포 직후 상황에 대해 "호송차를 타고 갈 줄 알았는데, 수갑이랑 족쇄, 몸에 쇠사슬을 감는 것을 보고 '이게 단순히 이동하는 게 아니구나'라고 깨달았다"며 "점검 나오는 것은 전혀 인지 못 했다. 정신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당시 상황을 전한 다른 근로자들도 구금시설의 열악함을 한목소리로 증언했다.
현대차 계열사 직원 이모(49)씨는 "침대, 샤워시설 등이 너무 열악해 생활이 힘들었다"며 "매끼 식사를 다 하지 못할 정도로 음식이 엉망이었다"고 전했다. LG CNS 협력업체 직원 김모(33)씨는 "추웠다. 온도를 올려달라고 했는데도 일부러 떨어뜨리는 건지 싶은 정도였다"며 "이제 미국에 못 갈 것 같다"고 했다.

근로자들이 수감됐던 시설은 동마다 100여 명이 머물렀고, 방은 50개가량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구금 초기에는 수갑과 족쇄를 착용한 상태로 이송됐으며, '죄수복'을 입고 일반 수감자들과 동일한 처우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협력사 소속 안전관리자는 "(쇠사슬에 묶여 끌려갈 때 기분이) 너무 안 좋았다"며 "가족들이랑 맛있는 저녁을 먹고 싶다. 뭐든 좋다"고 말했다.
체포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도 전해졌다. 김씨는 "저는 나중에 나와서 몰랐는데 체포 과정에서 사람들이 공포스러웠다고 하더라. 막 총구를 들이밀고 그랬다더라"고 말했다.
이들은 구금 기간 중 현지 영사관으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도 전했다. 한 근로자는 "나갈 수 있다는 정보를 영사관에서 들었다. 다만 (석방이 갑자기 미뤄졌을 땐) 아침까지 정보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23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대한항공 전세기는 전날 오전 11시 38분 미국 애틀랜타를 출발해 약 15시간의 비행 끝에 귀국자들을 고국으로 데려왔다.
도착 직후 근로자들은 비교적 건강한 상태로 모습을 드러냈지만, 장시간 비행의 피로가 역력했다. 대부분은 편안한 복장에 마스크를 썼고, 짐은 거의 없어 작은 가방만 휴대한 경우가 많았다.
입국장에서는 감정이 북받친 듯 두 팔을 벌려 "돌아왔다! 자유다!"라고 외친 이도 있었고, 어떤 이는 손을 모아 입에 대고 "매우 좋습니다! 기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외쳤다. "집에 가면 뭘 할 거냐"는 취재진의 질문엔 "밥 먹어야죠, 따뜻한 밥", "샤워부터 해야죠"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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