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일 대통령 취임 기자회견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국민들은 깜짝 놀랐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고 서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대부분 국민들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우리 협상단이 미국에 가서 트럼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보면서 협상이 타결된 줄 알았다. 정부 협상단도 타결되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고 월령 제한 없는 소고기 개방과 방위비 증액은 없었다며 성공한 협상으로 평가하는 반응이 다수였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 아무것도 된 것이 없었다는 이 대통령의 인정이 나온 것이다. 이 대통령이 '한미 상호관세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발표를 하고 난 직후 미국의 러트닉 상무장관은 한국에 대해 "(관세) 협정을 수용하거나 관세를 내야 한다"며 "유연함은 없다"고 말했다.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미(對美) 관세 협상을 두고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증액에 방어하러 간 것"이라며 "이익이 되지 않는 서명은 할 수 없다"고 한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반박하며 한국을 압박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러트닉 장관의 발언에 대해 "정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해 나갈 것"이라며 "합리성이나 공정성을 벗어난 협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의 설명에 '원칙적으로 공감'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한미 관세 협상을 마냥 미루고 미국의 '무리한 요구'라고 미국 탓만 하는 게 능사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당장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부터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지난 9월 9~1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2명 무선가상번호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1.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물은 결과, 58%가 긍정 평가했고 34%는 부정 평가했다. 8%는 의견을 유보했다. 직전 조사에서 63%의 높은 긍정 지지율이 나왔지만 한 주 만에 5%포인트가 내려갔다. 직무 수행 부정 평가자는 '외교'(22%), '전반적으로 잘못한다'(8%), '과도한 복지/민생지원금'(7%), '경제/민생', '정치 보복', '독재/독단'(이상 6%), '도덕성 문제/자격 미달'(5%), '국고 낭비/추경/재정 확대', '노동 정책'(이상 4%)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외교를 들고 있다. 부정 평가 이유에서 '외교'가 다시 최상위로 부상했는데, 이는 미국 조지아주 배터리공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노동자 300여 명이 불법체류 혐의로 체포·구금된 사건 영향으로 추정된다. 정부 간 협상을 통해 석방된 이들은 전세기편으로 귀국길에 올랐지만, 초유의 사태에 이목이 쏠렸고 향후 재발 방지책 마련과 대미 투자 관련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관세 협상 타결을 더 늦출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타격'이다. 우리와 미국 시장에서 자동차 분야 강력한 경쟁자인 일본은 25%였던 관세를 15%로 조정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그런데 한국의 수출 자동차들은 아직까지 조정된 관세를 적용받지 못하고 25%의 관세를 물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상품의 시장 경쟁력은 더욱 흔들리게 된다. '조지아 사태'의 원인에 대해서도 미국의 불법이민 단속에 의한 우리 국민들의 피해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추정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한미 상호 관세 협상 불발에 따른 미국의 불만과 한국이 중국의 '반미집합체'인 전승절에 국가 의전 서열 2위 국회의장이 참석한 것도 반발로 부각될 수 있다.
여기에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꼬집었던 교회 목사에 대한 특검의 압수 수색과 경기도 오산 미국 공군 기지에 대한 방문 수사에 대한 반격으로 보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협상을 하느니 그냥 25% 관세를 물자는 '반미(反美)'정서까지 부각되고 있다. 외교는 자존심과 적개심을 표출하는 수단이 아니다. 극도로 차가운 이성과 극도로 뜨거운 감성으로 완성되는 우리의 생존이 달린 '전쟁터'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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