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홍성걸 칼럼] 진실과 현실 사이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홍성걸 (재)문화영토연구원 이사장·국민대 명예교수

홍성걸 국민대 명예교수
홍성걸 국민대 명예교수

'고향이 그리워도 못 가는 신~~세'. 남북 분단 후 실향민의 애타는 마음을 표현한 노랫말이다. 어쩌면 국민의힘이 보수정치의 본향인 대구에서 곧 그리될지도 모르겠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적으로 국민의힘 지지가 17%로 민주당의 44% 대비 절반 밑으로 떨어졌고, 무엇보다 대구에서 양당의 지지율이 엇비슷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보수정당이라는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이 정도라면 90여 일 남은 지방선거는 이미 희망이 없다. 어쩌다 국민의힘은 마음의 고향인 대구경북에서조차 외면받는 신세가 됐을까,

한동훈 제명 이후 벌어진 내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1심 판결 후 나타난 장동혁 지도부의 절윤(絶尹) 거부가 불을 지핀 것은 분명하다. 내란죄 유죄 판결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필자도 같은 생각이지만 대응 방안은 정반대다.

지귀연 재판부는 의회와의 무력 충돌에서 패해 처형된 17세기 영국 국왕 찰스 1세 사례를 바탕으로 대통령이 의회에 무장 병력을 보낸 것이 유죄 판단의 핵심 이유라고 밝혔다.

언뜻 유사한 사례로 보이지만 전혀 아니다. 이 사례는 절대 왕조의 국왕이 자신을 견제하는 의회 소집을 거부하고 11년간 통치하다가 의회 동의 없이 선박세를 부과한 것에 대한 반발이 거세진 상황에서 종교 갈등까지 겹쳐 스코틀랜드 장로교 세력의 내란을 진압하기 위한 군비 마련을 위해 소집한 의회에서 서로 충돌한 사건이다. 국왕이 직접 400여 명의 군사를 몰고 의회에 난입해 자신을 비판한 의원들을 체포하려다 실패했고 의회는 체포를 거부해 왕당파와 의회파의 무력 충돌이 벌어졌는데, 결국 크롬웰이 이끄는 의회파가 승리했고 찰스 1세는 재판 끝에 유죄로 처형됐다.

두 가지 측면에서 이 사건은 윤석열 내란죄의 유죄 판단 근거가 될 수 없다. 첫째, 찰스 1세의 처형은 '내란'이 아니라 '내전'의 결과여서 "국헌문란 목적의 내란죄는 대통령도 저지를 수 있다"는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둘째, 윤 전 대통령이 국회와 선관위에 군대를 보낸 것을 찰스 1세의 의회 난입과 같은 무력행사로 본 것도 잘못이다. 비록 위헌·위법한 비상계엄이지만 법률이 규정한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행사한 것이고, 비상계엄은 '전시 또는 사변의 상황에서 (중간생략) 군대의 힘으로 국민의 자유와 재산에 제한을 가하는 것'이다. 즉 비상계엄은 본질적으로 '군대'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기에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군의 국회와 중앙선관위 진입은 비상계엄에 따른 부속된 행위지 그것이 '내란'의 의도를 입증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만일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면 '모든 비상계엄은 내란'이 된다. 12·3 비상계엄이 위헌·위법한 것은 맞지만 이를 선포한 대통령이 국가 전복의 의도를 가지고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것은 성립할 수 없다.

이것이 진실이라면 현실은 어떤가. 수많은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 12·3 비상계엄에 대해 국민의 3분의2는 여전히 내란으로 이해하고 있다. 정치는 진실보다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장동혁 대표가 1심 판결을 두고 '무죄 추정의 원칙'을 언급했을 때, 이미 유권자의 민심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 훨훨 떠나버렸다. 그랬기에 민주당은 아무 거리낌 없이 위헌 가능성이 높은 사법 3법(재판소원, 법왜곡죄, 대법관 22명 증원)을 마음대로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이미 민주당 의원 108명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소를 취소하자는 모임을 결성했고, 정청래 지도부는 이를 당내 기구화하기로 결정했다. 측근 중의 측근이라는 김용은 1심과 2심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7억원을 선고받았음에도 이번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질 재보궐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난리다. 대법원의 상고심에서 권력의 힘에 영향을 받아 무죄가 되면 좋고, 유죄로 판결받아 형이 확정돼도 이재명 대통령이 사면권을 행사하면 그만 아닌가.

찰스 1세를 처형한 크롬웰이 왕정을 폐지하고 호국경에 취임해 독재를 일삼다가 결국 영국의 왕정복고가 이루어진 역사를 돌아보라. 이재명 정부가 높은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개헌해 독재를 완성할지 누가 아나. 이를 막을 유일한 길은 제1야당이 대오각성해 민심을 얻는 것밖에 없다. 진실을 알려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면 현실을 수용해 민심을 얻어야 한다. 윤석열을 버려서라도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를 되살릴 길은 없다. 제1야당이 반드시 국민의힘이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가.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여의도 오피스텔 처분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혔으며, 다른 주택은 처분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인선 의...
브리핑 데이터를 준비중입니다...
국세청이 압류한 수십억 원대 가상자산 유출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국세청은 고액 체납자 가상자산을 압류했으나, 니모닉 코...
미국과 이스라엘은 28일(현지시간) 이란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작전을 개시했으며, 이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둘러싼 외교적 해법이 교착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