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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이희대] 족쇄가 된 과도한 토지거래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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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거래허가구역 '희망고문'에 갇힌 군위군민

이희대 사회2부 기자
이희대 사회2부 기자

2023년 7월 3일은 군위 군민들이 떠올리기조차 싫은 날이다. 대구 편입의 축포가 채 사그라지기도 전에 군위군 전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기 때문이다. 이는 전국 어디에서도 찾기 힘든 전례 없는 조치였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과 대구 도심 군부대 이전이라는 거대한 개발 호재가 명분이었지만, 정작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없었다.

군위 군민들이 실제로 맞닥뜨린 것은 기대가 아니라 재산권 제약과 생활 불편, 그리고 깊은 박탈감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군위군은 침묵을 선택하지 않았다.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했고, 결국 지난해 1월 전체 면적의 70%가 해제되는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여전히 군위군 전체 면적의 36%가 허가구역으로 남아 있다. 대구경북신공항, 도심 군부대, 스카이시티, 첨단산업단지 등은 명목상 개발계획에 포함되었지만 사업 추진은 지지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무차별적 규제와 행정편의주의, 나아가 헌법으로 보장하는 재산권에 대한 침해로 애꿎은 군위 군민들에게 개발의 족쇄가 채워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본래 비정상적인 지가 상승과 투기를 막기 위해 지정하는 '핀셋 규제'다.

그러나 군위군의 현실은 정반대다. 땅값은 오히려 하락 추세이고, 거래는 사실상 마비돼 투기 억제 장치가 오히려 시장을 얼어붙게 했다.

전국 최고 수준의 고령화 지역인 군위군에서의 토지는 노후를 지탱하는 마지막 자산이고, 버팀목이다.

하지만 지금 군위 군민들은 그마저도 마음대로 처분하거나 활용하지 못한 채, 장밋빛 청사진을 담보로 기약 없는 희망 고문에 갇혀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난달 8일 대구경북신공항 예정지 인근이 또다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되면서 438만 평의 토지가 규제망에 들어갔다.

조정 대상 경계지는 36만 평에 불과했지만, 실제 허가구역은 그 12배에 달하는 법정리 전역이 한꺼번에 묶여 필요 이상의 포괄적 지정이 반복된 것이다.

"개발계획조차 불명확한 지역까지 '선지정 후검토' 방식으로 묶는 것은 행정편의주의의 전형이며,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것이 군위 군민들의 일관된 주장이다.

대구경북신공항 건설사업이 시작된 지 이미 10년이 지났지만, 절차와 재원 문제로 사업은 여전히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재산권을 담보로 불확실한 개발을 떠안긴 채 규제를 이어 가는 것은 행정의 방만과 무책임을 여실히 보여 주는 행위다.

정부와 대구시가 권한을 쥐고 있음에도, 정작 군위 군민들의 삶과 권익 보호에는 무심한 태도를 보여 왔다는 점에서 그 비판은 더욱 무겁다.

원칙은 분명하다. 확정된 개발구역, 검증된 영향권, 확인된 이상 거래 지역에 한해 최소 범위와 최소 기간으로 재지정해야 한다.

허가구역은 '포괄적 방어선'이 아니라 '최소한의 안전핀'이어야 하며, 지역 발전은 땅이 아니라 주민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주민을 보호하는 방패이지, 삶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정책의 성패는 규제의 폭이 아니라 주민 삶의 안정과 신뢰 확보로 판가름 난다. 군위 군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약속이 아니라, 당장 생활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공정한 행정과 예측 가능한 미래다.

정부와 대구시는 권한을 가진 기관으로서 이제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군위군의 과도한 토지거래 제한을 재조정해 행정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형 사업들이 조속히 가시화돼 '희망 고문'의 덫에 갇힌 군위 군민들의 삶이 현실적인 희망으로 아름답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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