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서 시행사의 자기자본비율을 현행 3%에서 20%로 상향할 경우 사업 리스크가 크게 줄고 총사업비도 절감된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2일 발간한 '부동산 PF 자본확충의 효과와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서 2013년부터 2025년까지 추진된 약 800개 사업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현재 대부분 PF 사업장은 시행사가 총사업비의 3% 수준만 자기자본으로 충당하고 나머지는 시공사 보증에 의존해 금융기관 대출을 받는 구조다. 이에 따라 금리가 오르거나 경기가 침체할 경우 사업성이 크게 악화하고, 시행사→시공사→금융사 등으로 리스크가 확산할 수 있다는 문제가 지속해 제기돼 왔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자기자본비율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주요국들은 한국과 달리 시행사가 20∼40% 수준의 자기자본을 들여야 한다.
이번 보고서는 자기자본비율 상향이 리스크를 줄인다는 점을 구체적 수치로 입증한 첫 사례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추진된 약 800개 PF 사업장을 실증 분석한 결과 자기자본비율이 20%로 높아질 경우 주거용 PF 사업장의 엑시트(투자금 회수 기준) 분양률이 약 13%포인트(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엑시트 분양률은 PF 대출 상환을 위해 필요한 최소 분양률을 뜻한다. 이 지표가 낮아진다는 것은 아파트 등 주거용 부동산이 기존보다 덜 팔려도 시행사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는 의미로, 사업 안정성이 커진다고 볼 수 있다.
자기자본이 늘어나면 총사업비도 절감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자기자본비율이 20%로 높아질 경우 전체 PF 사업장의 평균 총사업비는 3천108억원에서 2천883억원으로 약 7.2% 감소했다. 특히 주거용 사업장의 경우 3천151억원에서 2천801억원으로 11.1% 줄어 비용 절감 효과가 더 컸다.
자기자본이 많을수록 고신용 시공사의 보증을 받을 필요가 줄어 공사비가 절감되고, 대출 규모가 작아지면서 이자 등 금융비용이 함께 줄어들기 때문이다.
다만 보고서는 대규모 자기자본 유치가 자칫 개발사업을 위축시킬 수 있어 관련 지원·보완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선 정부가 금융기관별로 도입하겠다고 밝힌 PF 대출 총액한도 규제는 모든 사업장에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저자본 사업장에 한해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용적률 등 각종 정책적 혜택이 부여되는 기준이 되는 PF 적격 자기자본에 보통주뿐만 아니라 상환 의무가 없는 우선주도 포함해 지분 투자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내놨다. 총사업비의 4분의 1 수준을 차지하는 토지비 부담을 줄이는 차원에서 토지 현물출자를 유도하기 위해 토지 현물출자시 양도소득세 납부를 미뤄주는 제도를 상시 제도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특히 PF 사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도관체(SPV)인 'PFV'에 대해서도 프로젝트 리츠나 부동산펀드처럼 건전성 규제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 리츠는 최소 33% 이상, 부동산 펀드는 최소 20% 이상의 자기자본비율을 갖춰야 하는데, PFV는 이런 규제가 없어 자기자본비율이 3%에 불과하고, 감독체계도 없다는 지적이다.
황순주 KDI 선임연구원은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분양 리스크 등 전반적인 위험이 감소할 뿐 아니라 사업비용도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향후 PF 사업의 자본구조를 개선하면서도 사업이 과도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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