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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노트]영주시의 일방적 축제 병합, 독단 행정의 민낯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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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경대 기자
마경대 기자

경북 영주시가 주최하고 영주문화관광재단이 운영해온 '영주장날 농특산물 대축제'가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풍기인삼축제'와 병합·이전 추진되고 있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가 시끄럽다.

영주시의 일방적 결정에 시 의회와 문화관광재단, 농민단체, 시민들까지 줄줄이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단순한 행사 장소 변경이 아니다. 명백한 절차 위반이자, 주민의 의사와 재단의 자율성을 철저히 무시한 독단적인 행정 결정이라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영주시가 당초 의회에서 예산을 승인하고 보고된 바 있는 문정둔치 개최 계획을 무시하고, 풍기읍으로 장소를 이전한 것은 시 의회의 예산 심의권을 정면으로 훼손한 것이다.

시 의회는 격앙된 반응을 보였고, 문화관광재단은 긴급 이사회를 열어 "재단의 설립 취지를 훼손했다"며 반발했다. 농민 단체는 "시가지 중심지에서 열려야 할 농특산물 축제를 외곽지로 이전한 것은 지역 농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관계자는 "의회에는 이미 보고했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갈등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중대한 사안에 대해 반발하던 시 의회 조차 "예산 승인해 줬으니 영주시가 알아서 하라"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며 사실상 행정의 독주를 방조했다는 점이다.

축제 예산이 확보됐으니 장소가 어디든, 방식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무기력한 태도는 시민의 대표 기관인 의회의 책무를 저버린 것이다.

예산 절감 효과도 미미하다. 농특산물 대축제 6억원, 인삼축제 10억7천만원이 소요된다. 두 축제를 한 장소에서 동시에 개최에도 절감되는 예산은 고작 1억5천만원에 불과하다.

영주시는 그동안 농특산물 축제를 부실하게 운영해 왔고, 이를 자성하기는커녕 그 실패의 책임을 덮기 위해 인기 있는 인삼축제에 편승시키려 한다. 이는 행정의 편의주의이자 무능의 반증이다.

문화와 관광은 단순한 예산 집행이 아니다. 시민과 방문객의 공감을 바탕으로 한 기획, 협력, 절차의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진정한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번 병합 사태는 그 모든 것을 부정하는 행정 독주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영주시는 지금이라도 병합 계획을 철회하고, 관련 당사자들과 시민의 의견을 수렴해 축제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는 운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 의회 또한 이 사안을 단순한 절차 문제로 치부하지 말고, 의회의 존재 이유를 되새겨 강력한 견제와 감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문화는 독단으로 만들 수 없다. 행정 편의주의로 추진되는 축제는 결국 시민의 외면 속에 사라질 뿐이다. 영주시는 지금이라도 진정한 '시민 축제'가 무엇인지 성찰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다면 차라리 그 축제를 없애는 것이 낫다. 낭비만 남기는 축제는, 축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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