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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못 고치던 병이 숲을 걸으며 낫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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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픈 당신에게 숲을 처방합니다
서정아 지음/ 청림출판 펴냄

숲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아픈 당신에게 숲을 처방합니다' 책 표지.

"숲은 당신의 아픔을 심판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주며 회복을 돕는다"

도시의 빽빽한 건물과 쉼 없이 이어지는 경쟁 속, 몸과 마음이 동시에 무너져 내리는 현대인들이 늘어나면서 치유를 위해 '자연'을 찾는 흐름이 힘을 얻고 있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서정아 작가의 신간 '아픈 당신에게 숲을 처방합니다'에서는 숲을 단순한 배경이나 휴양지가 아닌 살아 있는 치유의 공간, 몸과 마음을 동시에 회복시켜 주는 생명의 병원으로 바라본다.

15년차 의사인 저자는 인간과 생명에 대한 더 깊은 탐구를 위해 상담심리학, 생명치유학을 공부했고, 현장에서 오랜 기간 강의와 연구를 병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얻은 체험과 사례를 토대로 이 책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숲 치유의 언어를 풀어낸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숲의 생태적 원리와 그것이 인간 심신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숲이 만들어내는 음이온, 그리고 초록의 시각적 효과가 우리의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호흡과 순환을 원활히 한다는 과학적 근거를 친절히 설명한다. 동시에 자연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안정과 유대감이 우울과 불안을 누그러뜨리는 힘이 있음을 다양한 사례와 연구 결과로 뒷받침한다.

둘째, 숲을 찾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단순히 걷는 것 이상의 '숲 해석학'을 강조하며 나무와 풀, 바람, 새소리에 집중하는 훈련을 통해 몸이 놓여 있는 공간을 다감각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안내한다. 저자는 숲을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대화'하는 대상으로 경험할 때 치유력이 배가된다고 말한다.

셋째, 숲을 삶 속에서 어떻게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모색한다. 단기적인 힐링에 그치지 않고 생활 습관 속에 숲을 끌어들이는 구체적 방법, 도심에서 작은 화분이나 실내 정원으로 숲의 리듬을 이어가는 생활 치유법도 함께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이 숲과 멀어질수록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멀어진다고 진단한다.

숲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숲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숲을 활용한 치유법은 통계와 임상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사람들이 숲 치유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혈압이 낮아지고 수면의 질이 개선되었으며, 우울 척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연구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저자는 이러한 변화를 "숲이 주는 처방전"이라 말한다. 책 곳곳에는 저자의 강의와 상담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사례가 녹아 있다. 불면증으로 오랫동안 고통받던 중년 여성이 숲 명상 후 밤새 뒤척임 없이 잠들 수 있었던 경험, 직장 스트레스로 지쳐 있던 청년이 숲에서의 짧은 걷기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 감정을 직면하고 관계 회복의 힘을 얻은 이야기 등은 독자에게 직접적인 울림을 준다.

또 이 책은 '숲 치유학'이라는 학문적 토대를 기반으로 쓰였기에 학문적 깊이와 대중적 언어가 동시에 살아 있다. 숲을 걷는 방법, 호흡법, 명상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어 독자들이 책을 읽은 뒤 실제 삶에 적용할 수 있다. 동시에 저자의 문장은 어렵지 않고 담백해 숲을 접해본 경험이 많지 않은 이들도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숲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숲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저자는 삶에 지쳐 어깨가 무거운 이들에게, 의료적 치료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를 느끼는 이들에게 숲은 새로운 해방구가 될 수 있다고 본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과 함께 호흡해야 한다는 원초적 진실을 이 책은 다시금 환기한다.

자연과 멀어진 현대 사회에서 이 책은 독자들에게 숲으로의 초대를 건네며, 단순한 힐링을 넘어 자기 존재를 회복하는 길로 이끈다. 지친 몸과 마음을 안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독자라면, 이 책의 권유처럼 발걸음을 숲으로 옮겨보는 것만으로도 치유의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다. 256쪽, 1만8천원.

숲 자료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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