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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립미술관, 윤옥순 회고전 '땅, 물, 불, 바람 : 윤옥순의 회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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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대 초기작부터 근작까지
50여 년 예술 여정 조망
9월 3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윤옥순 작.
윤옥순 작.
윤옥순 작가.
윤옥순 작가.

포항 출신의 작가 윤옥순의 첫 회고전 '땅, 물, 불, 바람 : 윤옥순의 회향'이 오는 30일부터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포항시립미술관이 지역 미술의 흐름과 미술사적 가치를 연구하는 '지역작가조명전'의 일환으로, 작가의 최근 회화 연작부터 대표 추상 작품, 1980년대 한국화의 현대적 실험을 보여준 초기작까지 대작 약 60점을 선보이며 그의 50여 년 예술 여정을 역순으로 조망한다.

작가는 1970~80년대 산업화 시기, 잃어버린 자연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바탕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어린 시절 숲과 바다, 들녘의 기억은 그의 화폭 속에 '생(生)'이라는 주제로 구현됐고, 이는 인간 본성과 존재의 근원을 탐구하는 예술적 여정으로 이어졌다.

그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포항시 흥해읍은 산과 바다가 조화로운 곳"이라며 "하교 후 언니들과 숲속을 거닐었던 기억, 바다에서 모래를 만지작거리며 자유롭게 헤엄치던 추억, 동네 어물전에서 본 가오리까지, 내게 고향이라는 주제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이상향으로, 화폭에 형(形)과 색(色)을 구성하는 원천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세계는 초기(1978-1991)와 중기(1992-2007), 후기(2008-2025)로 나눠진다. 초기에는 한국화의 재료를 현대적으로 활용한 작품이 주를 이루는데, 종이, 비닐, 유리, 천을 수묵에 접목해 전통 탁본과 파묵, 발묵을 혼합한 새로운 추상화를 고안했다. 또한 수묵이라는 매체가 가지는 고유의 물성에 착안해 '고향의 바다', '물'이라는 주제로 기법 실험을 이어가기도 했다.

90년대 초, 작가는 종이와 수묵이라는 물성의 표현적 한계를 느끼며 재료를 전환했다. 그간의 작업에서는 우연적 효과에 기대어 화면을 완성했지만, 중기에서부터는 화면에 개입하여 물감을 긋고, 밀고, 뿌리며 자신의 흔적을 과감히 드러냈다.

윤옥순 작가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윤옥순 작가가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그러다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50대의 나이에 뉴욕으로 떠난 작가는, 예기치 못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의 고비를 넘기게 되며 새로운 국면을 마주하게 됐다. 그간 도달해야 하는 근원적인 대상으로만 여기고 탐구해왔던 '생'은, 자신이라는 존재가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었다.

이후 작가는 화폭에 자신의 존재를 투영하는 대상을 등장시키며 말과 해바라기를 그리기 시작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말갈기와 꽃잎은 그가 부딪히고 있는 세계이자 살아있음의 증명으로, 현재 그에게 무한한 영감이 되고 있다.

포항시립미술관 관계자는 "윤옥순의 작품은 전통과 현대, 개인의 삶과 보편적 존재의 물음을 아우르며, 지역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며 "이번 전시는 윤옥순의 50여 년의 작품세계를 회고하며, 그가 단지 과거에 머무르는 작가가 아니라 시대와 끊임없이 교차하고자 한 작가임을 재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시 오프닝은 9월 30일 오후 4시 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는 내년 1월 4일까지. 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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