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대표적 인재상은 '창의융합형 역량을 갖춘 인재'다. 단순 지식만 습득하는 차원이 아닌 직접 무언가를 기획·제작하면서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로 문제에 접근, 분석,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중요하게 인식한다는 의미다.
새 정부는 최근 학생과 성인을 대상으로 한 인공지능(AI)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선포했다. 초·중·고 학생이 AI 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융합 교육 내실화 등 학교 AI 교육을 강화해 AI 세계 3강 도약을 이끌 전문 인재 양성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구시교육청도 시대적 흐름에 부응해 수년 전부터 '메이커(Maker) 교육'을 촉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메이커 교육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탐색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창의성과 사고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교육 방식이다.
지난 27~28일 이틀간 대구삼성창조캠퍼스에서 열린 '2025 대구메이커페스타'에서 대구지역 학생들이 경험한 다양한 메이커 활동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놀이와 배움 결합한 다양한 부스 운영
대구메이커페스타는 지난 2019년부터 진행된 행사로, 대구지역 학교, 전문 메이커스페이스, 메이커컴퍼니, 메이커센터 등이 70여 개 부스를 꾸미고 부스마다 다채로운 메이커 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각 학교별 교사와 학생이 직접 운영하는 '스쿨존 부스'가 방문객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올해 대구시교육청은 그동안의 메이커 교육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인 체험, 놀이, 배움이 결합된 총 30개 주제의 부스를 마련했다.
동덕초는 화성에서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팜 기술인 '화성 테라포밍 프로젝트'을 선보였다. 학생들은 '화성에 이주한 사람은 어떤 과학 기술을 활용해 주어진 환경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핵심 질문을 중심으로 화성에서도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탐구했다.
우선 화성이라는 가상의 모형 공간을 만들고 아두이노(코딩을 통해 다양한 센서를 감지하고 기기가 동작할 수 있도록 제어하는 전자 기판)를 통해 온도·습도·빛의 밝기 등을 자동으로 측정해 작물 생장에 최적화된 환경이 되도록 해당 조건들을 조절한다. 또 토양 수분 센서를 활용해 토양에 수분이 얼마나 있는지 파악하고 토양 내 적절한 수분이 유지되게 만들었다.
5학년 김시환 학생은 "매주 메이커 동아리 시간을 통해 화성 테라포밍, 화성 탐사선, 금속 탐지기 등을 직접 만들었다"며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배운 과학 원리들을 실생활 문제에도 적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익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송정초는 메이커 교육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모여 '탄소중립 가드닝'을 주제로 부스를 운영했다. 이들은 '생태계 안에서 물질과 에너지는 어떻게 순환할까?'를 핵심 질문으로 삼아 생물·비생물 요소 간 상호작용에 의한 생태계 순환 원리를 탐구했다.
학생들은 한 수조 안에서 물고기와 식물을 함께 키우는 아쿠아포닉스(Auaponics)를 직접 제작했다. 아쿠아포닉스는 물고기양식(Aquaculture)과 수경재배(Hydroponics)의 합성어로, 물고기 분비물을 이용해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 형식의 지속 가능한 친환경 농법 중 하나다.
물고기의 배설물이 식물에 양분이 되어주고 식물은 더러워진 물을 정화해 물고기에 공급하며 서로가 서로를 키우며 순환하는 생태계 구조다. 6학년 김라민 학생은 "평소 생물 관련 내용에 관심 있고 무언가를 만드는 활동도 좋아해 자발적으로 메이커 활동에 참가하게 됐다"며 "이번 행사에서 참가자들과 함께 아쿠아포닉스를 만들어보고 작동 원리를 설명해 주니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행사에 참가한 학생, 학부모들도 학교 부스에서 마련한 메이커 활동에 큰 만족도를 나타냈다. 초등·중등생 두 자녀와 방문한 학부모 양은현 씨는 "다양한 만들기 체험을 해볼 수 있다고 해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가하게 됐다"며 "단순한 만들기 활동을 넘어 과학적인 원리와 연관된 활동이 기대보다 많아 유익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학생들 창의성 자라나고 협동심도 쑥쑥
대구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메이커 교육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했다. 대구 메이커 교육의 핵심 비전은 '상상에서 실현까지, 개념 기반 탐구로 미래를 만드는 교육'이다. 이러한 비전 아래 학생들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미래 시대의 다양한 문제를 창의융합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2018년부터 교내에 3D프린터, 레이저커터, 목공장비 등을 갖춘 '메이커스페이스' 구축에 나섰다. 이 공간은 학생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직접 무언가를 제작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19년에는 대구형 메이커스페이스로 명명된 '상상제작소'도 도입됐다.
이러한 공간을 바탕으로 메이커 교육 선도학교와 실천학교 운영도 확대되고 있다. 선도학교는 메이커 교육 우수 사례를 발굴하고 다른 학교에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실천학교는 메이커 교육을 교과와 연계해 학생들이 일상 수업에서 메이커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는 메이커 교육 선도학교 및 실천학교 180개교가 운영되고 있다.
메이커 교육은 수업 시간에 배운 이론들을 직접 체험해 보며 학습 이해도를 향상시키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특히 교과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결과물을 도출해 내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준다.
권보석 강북중 1학년 학생은 "메이커 교육을 통해 직접 체험해 보는 게 이해도 쉽고 기억에 많이 남아 도움이 된다"며 "과학적 원리와 관련된 이론을 공부하거나 시험을 칠 때도 '내가 이렇게 했었지'라는 감각을 통해 좀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훈 송정초 메이커 동아리 지도교사는 "AI 시대에 주역이 되려면 창의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무언가를 창조해 낼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게 메이커 교육이 추구하는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또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협동심과 배려심도 자연스레 길러진다. 윤아영 강북중 1학년 학생은 "전도성 펜을 이용해 전기가 통하는 전기회로를 만들어 펼치면 LED 불빛이 들어오는 팝업카드를 만들었다"며 "친구들과 LED가 켜지는 회로의 조건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고 실험해 보는 과정에서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강은희 교육감은 "대구 메이커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학생들이 직접 경험하고 학습하며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중요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며 "앞으로도 학생들이 창의력과 상상력을 마음껏 키울 수 있는 다양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댓글 많은 뉴스
中 관광객 '무비자 입국' 문 열렸다…2천700여 명 몰린 인천항 '북적'
李 대통령 지지율 심상치 않다…52%로 3주 연속 하락
尹 모습에 눈물 쏟아낸 전한길…"목숨걸고 지키겠다"
"전소된 96개 시스템 바로 재가동 쉽지 않아…대구 이전 복구"
한동훈 "민주당, 무고죄로 맞고발…李 '방북 대가' 증명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