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아버지…아버지"
국가권력에 의해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삼창이 통곡에 가까운 설움으로 울려퍼졌다. 흐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 백발의 노인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위령비에 헌화했다.
대구 '10월 항쟁'(매일신문 2022년 9월 30일 등)이 79주년을 맞으면서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합동 위령제가 1일 오전 달성군 가창면 '10월 항쟁-한국전쟁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열렸다. 유족들은 지난 5월을 기해 조사가 만료된 2기 진실화해위원회(진실화해위)에 이어, 진상규명을 위한 후속 기구 출범을 촉구했다.
10월 항쟁 유족회가 주최한 이날 위령제에는 대구는 물론, 청도, 영천 등지 유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위령탑으로 향하는 길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들과 학살로 이어진 과정을 설명하는 문구들이 보였다.
1946년 대구에서 발생한 10월 항쟁은 해방 이후 최초의 민중항쟁으로 꼽힌다. 미군정의 식량 정책 실패와 친일 경찰 중용 문제 등 사회적 혼란 속에 촉발된 시위는 각계각층으로 확산하며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경북 등 전국으로 번져갔다.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면서 대구경북 현대사의 최대 비극으로도 불린다. 당시 대구경북에서 10월 항쟁 관련자 7천500여명이 검거됐고 30명이 사형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한국전쟁 전후까지 수천명이 적법절차 없이 희생당했다.
2009년 진실화해위원회 1기가 대구 10월 항쟁을 공권력에 의한 민간인 희생 사건으로 규명하면서 10월항쟁유족회는 매년 가창골에서 합동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이날 위령제는 종교의례와 진혼무, 전통제례 등 식전 행사로 시작됐다. 제주4·3 유족회 등 비슷한 아픔을 나눈 이들도 함께 참석해 10월 항쟁 유족들을 위로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이제는 자식들도 살날이 얼마 안 남았다. 이번 제사가 '마지막인가'하며 위령제를 모시고 있는데,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며 "진실은 온전히 밝혀지지 않았고, 특별법 제정은 요원한 현실이다. 역사 속 진실이 묻히게 될까 두렵고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사항인 3기 진실화해위 출범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2021년부터 조사를 실시한 2기 진실화해위는 올해 5월 활동이 만료됐다. 유족회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10월 항쟁 및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유족 100여명 중 80명이 진실화해위로부터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1949년 청도에서 총살당한 김영호(1925년생) 씨의 아들 김정섭(78) 씨는 "아직 진실 규명 결정을 받지 못한 이들이 많다. 억울한 사람들이 한 명이라도 남지 않도록 3기 진실화해위가 조속히 출범해서 진상 규명을 신청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3기 진실화해위 출범은 국회 입법 사안이라, 현재로선 국회 상황에 따라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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