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루투스 너마저!"
기원전 44년 3월 15일 종신독재관이 된 카이사르는 원로원 회의에 참석하러 갔다가 공화정 지지자들의 칼에 숨졌다.
암살자 무리 가운데 측근인 브루투스를 발견한 카이사르가 쓰러지면서 "브루투스 너마저"라는 말을 남겼다는 설이 유명하다.
이후 '브루투스 너마저'는 배신을 포함한 정치권의 비정함을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군주론'의 저자로 유명한 마키아밸리는 정치의 비정함과 현실주의를 강조하면서 이상보다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적으로 행동할 것을 당부했다.
구체적으로 기만, 책략, 무력 등 비도덕적 수단도 정당화될 수 있다고 독려하면서 현실적인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치에서 비정함(비도덕성)은 불가피한 현실이고 이상적 도덕보다 실질적인 권력 유지와 국가 안정이 우선"이라고 설파했다.
지금도 마키아밸리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들이 의지하는 든든한 정치철학자다.
실제로 동서고금을 막론 권력 앞에서는 부모형제도 없었고 군신과 사제 지간 최소한의 염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선조는 전쟁 영웅 이순신 장군의 성장세를 꺾기 위해 그를 향한 모함을 이용했고 영조는 세자인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게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신의 키운 최측근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 의한 암살당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새천년민주당의 찬성 표결로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됐다.
'철의 여인'으로 불리며 전 세계로부터 추앙을 받았던 영국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은 보수당 내 측근들의 반발로 총리직에서 하차했다. 그래서 'JP'가 정치는 허업이라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정치권 일각에서 비정함은 예기치 않은 정치변화의 동력이나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여야가 극한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우리 정치는 민초의 고단한 삶을 걱정하는 주체가 아니라 국민의 걱정거리가 된 지 오래다.
복잡다단한 사회갈등의 실타래를 풀기는커녕 지지층의 입맛에만 맞는 진영논리로 국민통합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최근에는 당면한 선거 승리를 위한 정치공학만 난무할 뿐 정작 대한민국 공동체의 주인인 '사람'이 정치에서 빠져 있다는 지적까지 받는다.
이쯤 되면 한국 정치는 존재 이유를 설명하는 데도 적지 않은 공을 들여야 하는 처지가 되지 않았나 싶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병마와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도백의 고군분투에 응원을 보내는 사람이 더 많지만 일부 정치인들은 내년 6월 3일 실시되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눈을 돌리고 있다. 심지어 경북에 지역구를 둔 중진 국회의원 전원이 예비후보군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들은 공식석상에서 '이철우 지사의 쾌유를 기원한다. 쾌차해서 성공적인 도정을 이어가시라'는 덕담을 내놓는다. 하지만 '만의 하나'를 명분으로 출마를 위한 물밑 행보도 병행하는 분위기다.
정치인이 자신의 차기 행보를 준비하는 것은 책 잡일 일이 아니다.
다만 현역 도지사가 겨우 추스른 몸으로 지역이 유치한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지금은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국회의원까지 포함해 지역에서 다섯 차례 유권자의 선택을 받은 경륜 있는 정치인의 선택을 기다려보자. 마키아밸리식 권모술수가 아니라 영남 남인의 예법이 절실한 요즘이다.
오죽하면 '사람 나고 정치 났지, 정치 나고 사람 났나'라는 소리까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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