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명상음악 듣게 에어팟 지급해달라."(한 병사의 부모)
군 초급 간부들이 부모들의 잦은 민원과 과도한 행정업무로 인해 극심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낮은 보상과 과중한 업무 환경이 겹치면서 조기 전역을 선택하는 간부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정년을 채우기 전 조기 전역을 신청한 군 간부는 2천869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2천460명이 야전 부대에서 실질적으로 병력을 지휘하거나 부대 운영을 담당하는 위관 장교와 부사관이었다.
간부들이 전역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로는 열악한 처우가 꼽혔다. 특히 초급 장교와 부사관의 경우 병사와 급여 실수령액 차이가 거의 사라지면서 불만이 커졌다. 한국국방연구원이 지난해 전역 예정 간부 4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낮은 보상'이 22.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부대관리 행정업무 위주 복무로 인한 보람 상실'도 20.1%에 달했다.
최근에는 부모들의 요구가 직접적으로 간부들의 업무에 부담을 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 애가 생선 알레르기가 있으니 다른 음식을 달라", "자기 전에 감기약을 먹는지 확인해달라", "잠자리에 예민하니 명상 음악을 듣게 에어팟을 지급해달라"는 식의 민원이 실제 초급 간부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군인인지 유치원 교사인지 모르겠다"는 자조 섞인 반응까지 흘러나온다.
전문가들은 병사 복지뿐만 아니라 간부들의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합리적인 보상 체계 마련과 더불어, 불필요한 민원에 시달리지 않도록 병사 개개인의 책임 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날 국군의 날 기념식에서 장병들의 복무 여건과 보상체계 개선을 약속하며 "'창끝 전투력'의 핵심인 초급 간부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든든한 허리인 중견 간부들의 직업 안정성을 높이겠다"며 "부상 장병에 대한 지원과 예우를 강화해 '부를 땐 국가의 자녀, 다치면 나 몰라라'라는 자조 섞인 한탄이 통용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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