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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편입 30년, 중심이 된 달성] ④지역 색깔 담은 다채로운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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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대 피아노 축제, 대한민국 문화공연 개념을 바꿨다
피아노 최초 들여온 곳, 시민 연주자 오디션 모집
임동창·유키 구라모토 등 세계적 뮤지션과 함께 해
50년 전 정신계승 미술제…모두에게 열린 야외전시
대구 첫 법정문화도시로…권역·연령대별 프로그램

대구 달성군이 대한민국의 첫 피아노 유입지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 2013년 무대에 오른 기획뮤지컬
대구 달성군이 대한민국의 첫 피아노 유입지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지난 2013년 무대에 오른 기획뮤지컬 '귀신통 납시오' 공연 모습. 달성군 제공.
달성군 시그니처에서 대구 최대 축제로 자리매김한 달성 100대 피아노 축제 모습. 올해는 1만8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해마다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달성군 제공.
달성군 시그니처에서 대구 최대 축제로 자리매김한 달성 100대 피아노 축제 모습. 올해는 1만8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등 해마다 인기를 누리고 있다. 달성군 제공.

달성군은 지역의 역사와 전통을 계승한 창의적인 문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피아노 유입지인 사문진 나루터의 특성을 살린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 1970년대 젊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도전을 계승한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등은 이미 전국적인 사랑을 받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2023년 대구시 최초의 법정문화도시에 선정된 달성군은 이제 주민이 주인공이 되는 문화활동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달성군의 시그니처 '100대 피아노'

2012년 시작된 '달성 100대 피아노 공연'은 이러한 기존의 개념을 완전히 깨뜨리고 탄생했다. 공연을 주관하는 달성문화재단은 매년 시민 오디션을 개최해 연주자를 모집한다. 이렇게 선발된 연주자들이 매년 새롭게 초청되는 음악가들과 함께 무대에 서며 비로소 100대의 피아노 구성이 완성된다.

달성 100대 피아노는 달성군이 대한민국의 첫 피아노 유입지라는 역사적 사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공연이다. 1900년 대구 지역 교회로 부임한 미국인 선교사 사이드 보탐 부부가 지금의 화원읍 사문진 나루터를 통해 배편으로 피아노를 들여왔다. 당시 피아노를 처음 본 사람들은 네모난 상자에서 소리가 나는 것을 이상하게 여겨 '귀신통'으로 부르기도 했다.

공연이 열리는 사문진 나루터는 잔잔한 낙동강 물길과 이어져 있다. 관객들은 매년 가을밤 이곳에서 선선한 강바람을 느끼며, 야외 잔디밭에서 낭만적인 음악 세계를 만난다. 이루마, 임동창, 유키 구라모토 등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의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지역민들에게 만족감을 주고 있다.

올해는 예술감독 김정원, 피아니스트 김홍기·서형민·손정범, 재즈피아니스트 송영주,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등이 참여했으며 1만8천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달성 100대 피아노는 2023년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지역문화매력 100선(로컬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구시에서 유일하게 '로컬100'에 이름을 올린 문화공연 축제다. 대구시가 2017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에 선정되는 데도 달성 100대 피아노가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소풍하듯 즐기는 전시,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달성 100대 피아노와 더불어 달성군 문화축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행사가 바로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다. 미술제에서는 지역 청년작가부터 해외 유명 미술가까지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예술가들이 설치, 조각, 회화, 영상 등 작품을 선보이며 지역민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 2012년 시작한 행사는 올해 14회를 맞았다.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는 역사가 깊다. 1970년대 젊은 작가들이 경직된 기성 미술계에 도전하며 실험정신을 보여준 '대구현대미술제'의 정신을 계승한 미술제이기 때문. 이에 따라 2012년 제1회 미술제에는 1970년대 대구현대미술제의 핵심 작가인 이강소, 최병소, 이건용, 김구림, 이명미 등이 참여, 그 당시의 의미를 되새겼다.

13회 달성 대구현대미술제가 열린 지난해는 미술제의 정신적 근간인 1974년 대구현대미술제의 50주년을 기념했다. 50년 전 대구현대미술제와 현재의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를 연결하기 위해 제1회 대구현대미술제부터 주요 작가로 참여한 김영진 작가의 작품을 전시했으며, 1970년대 현대미술을 이끈 곽훈 작가의 퍼포먼스도 함께 선보였다.

달성 대구현대미술제가 열리고 있는 강정 일원은 1977년 제3회 대구현대미술제 당시 대구현대미술제 역대 최대 규모인 20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한 장소라는 데 의미가 있다.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정학적 위치, '동양 최대 수문'이라 불리는 강정보, 세계적인 건축가 하니 라시드가 디자인한 기하학적 디자인의 디아크 등 많은 지역적·사회적 요소들도 갖추어져 있다.

달성 대구현대미술제는 시민 누구에게나 열린 야외전시를 통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가을날의 청명한 햇살 아래 웅장한 디아크의 풍경과 어우러진 작품들의 모습은 미술을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감탄을 자아낸다. 미술제 기간 언제든 편한 시간에, 편한 복장으로, 편한 사람들과 함께 전시를 감상하다 보면 현대미술에 대한 편견은 사라지고 관심도는 높아진다.

시민 참여 프로그램 역시 미술에 대한 편견을 깨는 데 한 몫을 한다. 미술제 참여작가와 함께하는 만들기, 그리기 체험은 여러 연령대의 방문객에게 즐거움을 준다. 올해는 야외 무대에서 달성문화도시센터의 버스킹 공연 '온달성_멜로디on 예술과 음악이 있는 강정'을 열어 음악과 미술의 하모니를 선사했다.

◆입주작가와 지역민의 상생, 달천예술창작공간

달천예술창작공간은 1968년 개교한 다사읍 달천리 다사초등학교 달천분교를 리모델링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젊은 미술작가들의 요람과도 같은 곳이다. 2000년부터 '박달예술인촌'이라는 이름으로 회화, 조각, 도예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이 활동을 펼친 장소이기도 하다.

달성문화재단은 2021년 4월 달천예술창작공간 개관 후 매년 6명의 시각예술가를 입주작가로 선발하고 있다. 대구시 기초문화재단 중 처음으로 레지던시(입주작가 프로그램)를 운영했다는 점에서 특히 그 의미가 깊다. 선발된 작가들에게는 창작지원금 지급, 기획전시, 결과보고전, 평론가 매칭 프로그램 등 창작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입주작가들은 각자의 장르적 특성을 선보이며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지역에 소개하는 프리뷰전과 함께 달성 대구현대미술제 특별전, 대구 중구 대구예술발전소 등에서 열리는 전국 레지던시 연합 교류전에도 참여하고 있다. 함께 입주한 작가 간의 교류 역시 새로운 에너지의 기반이 된다.

입주작가들의 활동은 지역민의 문화 향유로 이어진다. 달천예술창작공간 작가들은 자신만의 색깔을 살린 그림, 공예 등 주민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달성군'을 소재로 작가의 예술적 해석을 더한 입주작가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민들과 함께 창작의 즐거움을 나누며, 주민들이 작가들의 예술 세계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한다.

내년에는 입주작가 모집 인원을 기존 6명에서 8명으로 증원해 더 많은 작가에게 창작의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역민과 함께하는 예술적 교류의 장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대구시 최초 법정문화도시

달성군은 2022년 12월 두 번의 도전 끝에 법정문화도시로 선정됐다. 법정문화도시는 문화기획을 통해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을 이끌어내는 문화 자치형 정책 사업으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다. 달성군은 공모 선정으로 2027년까지 국비 포함 최대 15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달성군은 대구시 최초의 법정문화도시로 '군민이 주인공이 되는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법정문화도시의 비전은 '들락날락하는 누구에게나 호혜로운 문화도시'다. 달성군에 예전부터 살았던 주민도, 달성군에 짧은 기간 드나드는 주민도 모두 여가생활을 통해 문화적 혜택을 누리게 한다는 의미다.

군민들은 공연과 전시가 어우러진 마을 축제 등 권역별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한다. 주민이 만드는 문화사업이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은 물론, 이웃 간 유대도 강화할 수 있다.

시민주도형 문화활동 지원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기존의 사업명 'Imagine(이매진)-달성 2000'을 '모두의 문화'로 바꿔, 사업의 의미를 더욱 명확히 드러냈다.

달성군 관계자는 "권역, 연령대 등 주민 특성을 고려한 활동도 풍성하다"며 "학교 등에서 개최하는 '찾아가는 달성문화교실', 지역의 역사를 배우는 인문학 교실 '달성역사문화산책', 송해공원 송해기념관에서 진행하는 어르신 문화교실 '청춘은 바로 지금' 등은 주민들이 일상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제작 지원 : 달성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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