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 합의 1단계가 발효되자마자 주민들은 고향으로 돌아왔다. 2023년 10월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직후,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있기 전까지 이곳의 인구는 약 100만 명이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합의 1단계 발효 이튿날인 11일(현지시간) 가자시티로 돌아온 주민은 50만 명을 넘었다. 그러나 이들이 마주한 것은 남은 것 하나 없이 폐허가 된 고향땅이다. 당장 쉴 공간조차 없다. 구호 단체들은 인도주의 구호물자 반입 통로를 더 열라며 이스라엘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폐허된 고향, 머물 곳도 없어
고향에 돌아왔어도 온전히 남아있는 집이 거의 없다. 2년 가까이 이어진 이스라엘 지상 작전의 결과다. 사망자만 6만 명이 넘으니 집이 그대로 있어주길 바란 것도 욕심일지 모른다. 머물 곳 없는 주민이 다수인 건 예상 가능했던 현실이다. AP통신은 주민 마흐무드 알샨도길리의 소회를 실었다. 그는 "가자는 완전히 파괴됐다"며 "우리가 어디서 살아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그나마 휴전 합의 1단계가 실행되면서 돌아올 수 있게 된 고향이다. 합의 결과물을 실행하기 위한 미국의 개입도 뒤따랐다. 200명의 미군이 하마스의 이스라엘 인질 석방과 휴전 합의 준수를 감시하기 위해 파견됐다. 이들의 임무는 안보·병참 지원도 있지만 인도주의적 구호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하는 것도 포함된다. 전쟁 기간 동안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식량과 식수를 제대로 지원받지 못했다. 주민들이 기아 상태에 놓여 생지옥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랐었다.
다만 가자지구에 미군이 주둔하지는 않는다. 브래드 쿠퍼 미 중부사령부(CENTCOM) 사령관은 11일 성명에서 "이 위대한 노력은 미군이 가자지구 땅을 밟지 않고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브 위트코프 미국 중동 특사도 같은 날 휴전 합의 1단계 실행과 관련해 가자지구에서 미군과 이스라엘군 관계자들을 만났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구호물자 반입 통로 확대 요구 커져
구호 단체들은 이스라엘에 인도적 구호물자 반입을 위한 통로를 더 열라고 촉구하고 있다. 테스 잉그램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은 AP통신에 "사람들은 고향에 도착해 잔해더미만 보게 될 것"이라며 "휴전 자체는 충분하지 않다. 인도적 구호가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의 제이컵 그레인저는 AFP통신에 "가장 기본적인 필수품이 시급히 필요하다"며 "의료 장비, 의약품, 식량, 물, 연료 등은 겨울을 견뎌낼 대피소"라고 했다.
세계식량계획(WFP)도 이스라엘의 허가만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쟁으로 닫혔던 가자지구 식량 배급소 400곳 중 145곳을 복구할 준비가 됐다는 현지 상황도 전했다. 상당수의 통로가 막혀 이웃 국가에서 운송 재개 허가를 기다리는 식량 지원 물품이 17만t이다.
한편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전쟁 2년 동안 6만7천682명이 사망하고 17만 명 가까이가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휴전 합의 이후 수습되지 못했던 시신 등이 집계되면 사상자 수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자지구 민방위대는 전날 밤 가자시티에서 시신 150구를 수습했다고 밝혔다고 BBC는 전했다. 가자지구 전역에서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도 1만 명에 육박한다고 덧붙였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민주당, 1만명 넘는 학원연합 집단당원가입 받았다
주진우 "학부모 유괴 불안 떨 동안 이재명 정부 뭐했나"
김은혜 "중국인 부동산·의료·선거 '3대쇼핑' 방지법 당론추진"
새벽 5시, 인력시장 찾은 김민석 총리…"일자리 많이 늘릴 것"
숨진 양평 공무원 메모 공개되자, 특검 "실제 유서 아냐…강압조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