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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김정기] 대구, K-컬처 중심도시로 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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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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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Culture)'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시대다. K-팝을 시작으로 드라마, 뷰티, 음식 등 다양한 분야의 한국 문화가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문화의 힘과 가치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오늘날은 문화의 힘, 즉 '소프트 파워(Soft Power)'가 국가 브랜드를 형성하고 이는 곧 경제적 자산으로 연결된다. 문화는 이제 외교와 경제, 그리고 도시 발전의 중요한 축으로 기능하고 있다.

스페인의 빌바오는 쇠퇴한 산업도시였지만, 구겐하임 미술관을 통해 도시재생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오사카, 교토, 도쿄 등 도시들 역시 전통 축제인 '마쓰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며 문화를 브랜딩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구의 문화적 잠재력은 주목할 만하다. 대구는 근현대 문화예술의 중심지로서 문학, 음악, 미술, 연극 등 수많은 분야에서 빛나는 인재들을 배출하며 한국 문화의 뿌리를 단단히 다져온 도시이다. 예로부터 문화와 예술의 고장이라고 불릴 만큼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보유한 도시이기도 하다.

경상감영과 달성토성 같은 유서 깊은 유적지를 비롯해 품격 높은 클래식 공연의 산실인 대구콘서트하우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제작 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대구간송미술관 등은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탄탄한 문화 인프라이다.

특히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내년 20주년을 맞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월드오케스트라페스티벌 등은 국내외에서 인정받는 수준 높은 문화 축제로 성장했다. 2017년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 가입은 대구가 '글로벌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지금 대구는 지난날의 명성과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지역 재정의 어려움과 문화 예산 감소, 다른 도시들의 공격적인 문화 인프라 확장, 그리고 현 정부의 '문화 강국' 정책 기조 속에서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는 현실은 대구에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위기와 기회를 오히려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대구가 '글로벌 K-컬처의 중심도시'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문화 인프라의 체계적 확충이다. 현재 경북도청 후적지에 추진 중인 국립근대미술관과 국립뮤지컬콤플렉스를 포함한 국립문화예술허브는 지역 문화의 새로운 성장 거점이자 글로벌 문화 교류의 중심지가 될 것이다. 이 사업은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둘째, 대구만의 독창적인 콘텐츠 발굴이다. K-팝과 전통 판타지(Fantasy)를 결합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처럼 문화가 어떻게 경제적 자산이 되고 세계적 언어로 확산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사례가 이미 등장하고 있다. 대구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해야 한다.

셋째,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 구축이다. 인프라와 콘텐츠를 뒷받침할 지역 문화예술 인재를 양성하고 창작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이를 통해 콘텐츠 산업 성장을 유도하고, 일자리 창출과 관련 산업의 확대를 이끌어 지역 경제와 문화예술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완성해야 한다.

대구가 성장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행정기관과 문화예술계 노력뿐 아니라 시민 모두의 참여와 관심이 요구된다. 하나의 악기로는 교향곡을 완성할 수 없고 작은 소리들이 모여 큰 울림을 이루는 것처럼, 시민 모두가 내 고향 대구의 문화 기획자이자 관객, 비평가, 홍보대사로서 함께할 때 비로소 '글로벌 K-컬처 중심도시, 대구'의 꿈은 현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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