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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이상준] 원화 가치 폭락, '이재명 정부' 탓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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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준 국장석부장
이상준 국장석부장

우리 돈, '원화'가 녹아내리고 있다. 11월 한 달간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전 세계 42개국 중 가장 큰 폭(3.1%)으로 하락했다. 원화가 '글로벌 최약체 통화'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다간 제2의 IMF 외환(外換)위기가 다시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번지고 있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천400원대 후반에 고착(固着)했다. 1천400원대 환율이 장기간 지속한 사례는 외환위기(1997~1998년),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미국발 고금리 충격과 레고랜드 사태가 겹친 2022년, 비상계엄 상황이 이어졌던 지난해 말부터 올 초까지 네 차례뿐이었다.

고(高)환율에 다급해진 외환 당국은 난데없이 '서학개미'를 소환했다. 미국 증시에 뛰어든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원화를 대거 달러화로 바꾸는 바람에 환율이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공개 석상에서 "(환율이) 1천500원을 넘는다면 이는 한미 금리차나 외국인 때문이 아니고, 단지 내국인들의 해외 주식 투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주범(主犯)으로 내몰린 서학개미에게 세금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안까지 흘러나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페널티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정책이라는 것이 상황 변화가 되면 언제든 검토하는 것이고 열려 있다"고 했다.

고환율 원인을 '개인' 탓으로 전가(轉嫁)하는 외환 당국의 행태는 IMF 당시 정부와 똑 닮아 있다. 당시 정부는 외환위기 원인을 '호화 외제 사치품 구매' '해외여행 급증' 등 국민들의 과소비로 몰아갔다. 국가의 외환 관리 실패와 기업들의 방만한 경영, 금융회사의 무분별한 대출 등 본질적 원인은 나 몰라라 했다.

현재의 고환율 원인도 서학개미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국내 주식의 펀더멘털 매력이 떨어지는 본질적인 문제는 제쳐 두고, 개인의 해외투자 자체만 비판대에 올려놓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사실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해외 주식 투자를 확대한 건 정부(국민연금)와 기업이다. 고환율 배경에는 개인·정부·기업의 달러 수요가 동시에 폭발한 '3중 요인'이 겹쳐 있다.

외환시장이 분석하는 원화 가치 폭락의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국가 경제 시스템'의 신뢰성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국내 통화량은 6개월 연속 증가했다. 우리나라가 미국에 비해 금리가 낮은 상황에서 갑자기 유동성이 크게 늘어났다. 이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 등 이재명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 영향이다.

부동산·노동 분야에서 투자 의욕을 꺾는 반(反)기업 규제와 법안 개정이 잇따르며 한국 경제의 정책 변동성도 높아졌다. 이런 잦은 정책 변동과 경제의 정치화가 불확실성을 키워 자본의 '탈(脫)한국'과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졌다는 게 시장의 중론(衆論)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환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결국 우리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성찰(省察)과 고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국가 경쟁력과 산업 구조를 강화할 수 있는 중장기 전략을 다시 짜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가 국내 자본시장의 매력도를 높일 정책을 고민하지 않고 책임 회피에만 급급한다면 환율은 계속 오르고 국민은 더 큰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말 IMF 외환위기가 다시 올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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