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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홍대우] 폐교, 아이들 두 번째 학교로 다시 숨 쉬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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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우 폐교활용 꿈키움학교 설립 추진위원장

홍대우 폐교활용 꿈키움학교 설립 추진위원장
홍대우 폐교활용 꿈키움학교 설립 추진위원장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인구가 급감하는 농어촌의 경우, 폐교 활용 방안은 교육청이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가 된 지 오래다. 교직에 34년간 몸담아 온 필자로서는, 학교가 문을 닫는 현실이 늘 마음 한구석을 무겁게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 폐교들이 아이들의 『회복과 성장을 위한 '두 번째 학교'』로 다시 태어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단순한 매각이나 임대보다,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특화된 교육 공간으로 재구성한다면 '날지 못하는 새가 없듯이 꿈을 펼치지 못하는 아이가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지원센터로의 활용이다. 경북교육청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에 접수된 심의 건수는 2021년 975건, 2022년 1천30건, 2023년 1천165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피해학생을 위한 전담지원센터의 절실한 필요성을 보여 준다. 현재의 일시적 상담 지원 체계로는 피해학생의 심리적 회복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폐교를 활용해 지역별로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지원센터를 설치한다면, 피해학생들이 안전한 환경 속에서 치유와 회복의 시간을 가지며 다시 학교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다.

둘째, 학업 중단 예방을 위한 전문 학업숙려프로그램 지원센터로의 활용이다. 경북교육청 통계에 따르면 학업 중단 학생 수는 2021년 1천696명, 2022년 1천938명에 달한다. 이 중 학업 문제나 대인관계로 학교를 그만둔 학생이 2021년 386명, 2022년 438명이다. 이들은 교직 경험이 풍부한 교사와 상담·심리 전문가가 함께하면 충분히 학업 복귀가 가능한 학생들이다. 하지만 현재의 단기 숙려제 프로그램으로는 실질적 도움을 주기 어렵다. 경북 전역에 전문 학업숙려프로그램 지원센터를 설립해 학생 한 명 한 명이 다시 배움의 길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돕는 체계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위기청소년을 위한 '꿈키움학교'로의 전환이다. 경북교육청의 정서·행동특성검사에 따르면 불안, 우울, 자살, 자해 위험 등 관심군 학생은 2021년 2천659명, 2022년 2천666명, 2023년 2천589명으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이 학생들은 청소년상담복지센터, Wee센터,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으로 연계되고 있으나, 지역별 인프라 불균형과 상담 인력 부족으로 인해 내실 있는 지원이 어렵다. 일부 기관에서는 임시 인력이 상담을 맡는 경우도 있어 근본적인 회복을 돕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할 때 폐교를 청소년 꿈키움학교로 전환해 단위 학교 차원에서 도울 수 없는 위기청소년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체계가 절실하다.

전라북도교육청은 폐교를 교육인권센터, 청소년 자치센터, 외국어 교육센터, 안전체험관, 학생수련원, 청소년 창의예술공간, 전통문화고등학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경남교육청은 폐교를 무상으로 임대해 주기도 한다. 경북교육청 역시 이러한 사례를 벤치마킹해 폐교를 위기청소년 지원의 거점으로 삼는 '경북형 폐교 활용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위기청소년을 돕는 길은 거창하지 않다. 폐교를 아이들의 치유와 성장을 위한 특화된 전문 기관으로 바꾸는 일, 그 기관이 실효성 있게 운영되도록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지원 체계를 갖추는 일이다. 버려진 학교가 아닌, 누군가의 꿈이 다시 자라는 학교로, 아이들의 두 번째 희망으로 폐교가 다시 숨 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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