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가 미국의 고율 관세 부담으로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7%대로 떨어지면서 대구를 비롯한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5% 관세 체제가 장기화될 경우 현대차의 수익성 저하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굳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완성차의 수익성 악화는 곧 대구를 비롯한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의 실적 둔화로 직결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세 비용 1조6천억원
20일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 합산)은 올해 상반기에만 1조6천억원의 관세비용을 기록했다. 관세가 반영되면서 현대차의 영업이익률(EBIT/매출액)은 지난해 9.7%에서 올해 상반기 7.1%로 하락했다. 이는 미국의 25% 관세 인상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되며 영업이익이 매출 100원당 9.7원에서 7.1원으로 줄었다는 의미다.
지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완성차 의존이 통하지 않는 시대로 말 그대로 각자도생의 시대가 됐다"며 "예전에는 현대차 협력사라는 이유로 일정 부분 보호를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현대차도 여력이 없어 단가 경쟁력과 기술력으로 정면승부를 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실제 지역의 대표적인 자동차 부품 중견기업인 B사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0.59%에서 0.51%로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8천422억원, 영업이익은 42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같은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했다면 영업이익은 약 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결과적으로 약 7억~8억원의 잠재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차량 도어모듈·힌지·트렁크 리프트 등 구조부품 분야에 특화된 C사 역시 매출은 4.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5.13%에서 4.85%로 0.28%포인트(p) 하락했다. 전년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했다면 약 17억원의 추가 이익이 가능했지만 실제 영업이익은 소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방진·소음저감 부품을 주력으로 하는 고무·플라스틱 소재 전문기업 D사는 원가 절감과 비용 효율화가 맞물리며 수익성이 다소 개선됐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천447억원, 영업이익은 172억원을 기록했으며 매출은 6.6% 늘고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3.55%에서 3.87%로 소폭 올랐다.
파워트레인·변속기 계열 부품을 생산하는 E사는 매출 3천525억원, 영업이익 55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10% 늘었지만 영업이익률은 3.03%에서 1.57%로 낮아졌다. 전년 수준의 수익성을 유지했다면 영업이익은 약 107억원 수준이었을 것으로 추정돼 약 51억원의 잠재이익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관세 협상' 지연으로 리스크 악화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는 앞으로의 상황을 더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의 수익성 하락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대구를 비롯한 지역 자동차 부품업계에도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아직 15%로 인하되는 협상이 체결되지 않아 현재는 관세를 그대로 부담하고 있다"며 "관세를 일부 돌려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당장은 영업이익률이 떨어지는 등 체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와 관세 부담이 동시에 겹치면서 손익이 악화되고 있다"며 "당장 큰 타격은 아니지만, 내년 이후에는 현지화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 판매 물량 가운데 한국에서 생산해 들여오는 비중이 높은 현대차의 손실 폭은 글로벌 완성차 중에서도 가장 크다. 나신평 보고서는 "관세율이 25%로 유지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은 9.7%에서 6.3%로 하락할 전망"이라며 "도요타(9.7→8.1%), GM(8.0→5.0%), 폭스바겐(6.0→4.8%)과 비교했을 때 현대차그룹의 하락폭이 가장 크다"고 밝혔다. 나신평이 지난해 미국 내 판매실적을 기준으로 각 회사들의 관세로 인한 추가비용을 계산한 결과 현대차그룹 8.4조원, 도요타 6.2조원, GM 7.0조원, 폭스바겐 4.6조원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현재 일본과 EU는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이미 관세율을 15%로 낮췄지만, 한국은 아직 25%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나신평은 관세율이 15%로 인하될 경우 현대차그룹의 영업이익률이 7.5%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분석하며 관세로 인한 추가비용이 약 5.3조원으로 줄 것으로 전망했다. 이익률이 예전처럼 9%대로 회복되진 않더라도 관세 인하만으로 약 3조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미 간 관세 협상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보고서는 특히 정부 간 관세인하 협상 타결이 지연되고 있어 현대차그룹은 경쟁회사들 대비 높은 수준의 관세부담이 지속되고 있다고 짚었다. 현대차가 의지할 '출구'는 미국 내 생산 확대다. 현대차그룹은 조지아주에 연 30만대 규모의 신공장을 완공하고, 향후 생산능력을 50만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보고서는 "조지아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돼 한국 수입 물량 30만대를 대체하면 관세비용이 약 3조7천원으로 줄고, 영업이익률은 8.2% 수준까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공장은 현재 전기차만 생산 중이며, 하이브리드 생산라인은 2026년 2분기 이후에야 가동된다. 나신평은 "현대자동차는 풍부한 현금성 자산으로 확대된 투자 부담에 무난한 대응이 가능하고 기아는 브랜드 인지도 강화로 우수한 영업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면서도 "두 회사 모두 높은 관세율이 장기화될 경우 영업실적 및 재무안정성의 변동 위험이 확대되거나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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