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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현장-전종훈] 잿더미 딛고 피어난 청송사과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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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딛고 열린 19회 청송사과축제
'꽃줄엮기 전국대회' 등 이색 프로그램
밤을 수놓는 축제의 흥과 열정

전종훈 사회2부 기자
전종훈 사회2부 기자

지난 3월, 청송군 일대는 대형 산불로 깊은 상처를 입었다. 수백㏊의 산림이 잿빛으로 변했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었다. 수십 년 일궈 낸 논밭이 불길에 타들어 가고, 일부는 화염을 피하지 못한 채 가족과 이별해야 했다.

하지만 자연 앞에 물러설 틈은 없었다. 눈물을 훔친 농민들은 다시 사과밭으로 돌아갔다. 검게 탄 산에도 푸른 새순이 돋고, 농민들의 손에는 다시 곡괭이와 전정가위가 들려 있었다. 그 피땀의 결실이 올해 10월 '청송사과축제'로 이어진다. 올해 축제는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회복'의 상징이다.

제19회 청송사과축제는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청송읍 월막리 용전천 일원에서 열린다. '청송~ 다시 푸르게, 다시 붉게'를 주제로, 회복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청송사과는 이미 1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며, 전국 최고 품질의 사과로 손꼽힌다.

'청송사과'라는 이름만으로도 신뢰의 상징이 되었고, 이번 축제는 그 브랜드의 힘을 다시 증명하는 자리가 된다.

엔데믹 이후 달라진 축제 문화를 반영해 올해 축제는 온·오프라인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으로 진행된다.

현장 방문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온라인 프로그램은 지난달 29일부터 포털사이트 다음(daum)에서 먼저 개막했다.

'청송마블한바퀴'와 '사과축제 소문내기' '꿀잼-사과난타' '도전-사과선별 로또' 등 4가지 온라인 이벤트를 통해 전국 어디서나 간접 참여가 가능하다. 참가자들은 게임을 통해 포인트를 얻고, 청송사과를 경품으로 받을 수 있다.

축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행사는 '청송사과 꽃줄엮기 경연대회'다.

작년까지는 지역 대회로 진행됐으나,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이 신설되며 전국 대회로 격상됐다. 참가자들은 사과를 엮어 화려한 장식줄을 만들고, 창의성과 완성도를 겨룬다.

청송군은 이 대회를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받기 위한 절차도 추진 중이다. 용전천 둔치에서는 '청송사과 퍼레이드'가 열려 군민과 관광객이 함께 행진하며 붉은 결실을 축하한다.

또 '의금부 압송 시연'과 '청송황금사과배 전국고교장사씨름대회' 등 청송만의 전통과 유머가 어우러진 독특한 프로그램도 이어진다.

690㎡(210평) 규모의 사과홍보관도 문을 연다.

이곳에는 역대 '사과왕' 진열대가 마련돼 있고, 올해의 '황금진'과 '사과왕' 수상작이 전시된다. '스마트 재배시설 시연존'에서는 드론 방제와 자동 온·습도 조절 시스템 등 첨단 농법이 소개돼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홍보관 한편에는 청송사과를 활용한 '사과바싹불고기' '사과푸딩' '사과청 디저트' 등 다양한 먹거리 부스가 차려진다. 특히 관광객들이 직접 시식하며 평가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지역 농가들이 직접 개발한 가공품도 소개된다.

해가 지면 축제장은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매일 오후 6시부터 '사과축제 밤 공연'이 열리며 청송의 가을밤을 수놓는다. 개막일인 29일에는 이찬원·마이진·황윤성이 흥겨운 무대를 선사하고, 30일에는 손태진·남진·린·환희가 '헬로콘서트 좋은 날' 녹화 공연으로 축제의 열기를 더한다.

31일에는 김희재·진해성·천록담, 11월 1일에는 장민호·김다현·박지현이 무대를 채우고, 폐막일인 2일에는 '청송 군민 노래자랑'이 열려 김용빈·전유진·요요미가 축하 무대를 꾸민다.

윤경희 청송군수는 "올해 청송사과축제는 산불 피해를 딛고 일어난 군민의 의지와 회복의 상징"이라며 "청송사과축제가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축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군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참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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