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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3주기를 제대로 추모하는 법 [가스인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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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 사무처장은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공동상황실장 출신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집회 사회를 봤다.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NL계열 운동권 출신임을 밝혔고 "전과가 많아 몇 개나 되는지 세기도 힘들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처장이 속했던 단체는 2016년 박 대통령 퇴진을 목표로 민중연합당, 민노총 등 1500여 개 단체가 모여 결성한 단체다. 이 단체는 국정농단 사태로 촉발된 박 대통령 퇴진 여론을 세월호 참사, 사드 배치 등과 연결하려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2년 1월 그를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인권위는 독립기구이고 사무총장은 사무처의 최고책임자다. 정권말에 정치편향적인 인물을 독립기구 실무 총괄로 임명한 최악의 알박기 인사였다. 그는 1997년부터 다산인권센터 활동가로 일했다. 다산인권센터는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가 설립한 곳이다. 김 변호사는 이석기, 조국, 정경심 형사사건 변호를 맡으며 유명해졌고 현재는 법조계 최강스펙 '이재명 변호인'이다.

박 처장이 조사하고 있는 이태원 참사의 진상은 분명하다. 젊은이 159명이 좁은 골목에서 압사 당한 끔찍한 사고였다. 안전 관리 실패가 원인이다. 국민이 알고 싶은 지점도 단순하다. "압사당할 것 같다"는 총 11건의 112 신고에도 경찰은 왜 출동하지 않았는지, 10만 인파를 예상하고도 용산구청은 왜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하지 않았는지다. 이는 정치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 책무인 생명 보호에 관한 문제다.

정치권은 특조위 위원 구성을 놓고 줄다리기했지만 정작 위원회 조직의 실권은 사무처에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박 처장의 화려한 이력을 알게 된 이상 특조위 조사에 대한 우려와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유가족과 국민이 바라는 냉정한 사고원인 분석과 대책마련 대신 '전정권 책임론'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까.

우리는 박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세월호 참사가 어떻게 이용됐는지 기억한다. 국가적 비극이 정적을 공격하는 소재로 소비됐다. 최근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 용산 대통령실 이전이라는 국무조정실 발표가 나와 많은 비웃음을 샀다. 정치 중립을 훈련 받은 공무원조차 이런데 '활동가'가 이끄는 기구의 조사 결과는 보나 마나 아닐까.

이태원 참사를 추모하는 방법은 단순하다. 참사를 정쟁에서 분리시키는 것이다. 실질적 인파 관리 시스템을 만들고 재난 대응 매뉴얼을 고쳐야 한다. 정치 구호가 아니라 과학과 실무로 답해야 한다. 특조위 조사 기간은 지방선거가 있는 내년 6월까지다. 또다시 참사를 정치에 이용할 생각이라면 이는 고인에 대한 가장 큰 모욕이다.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조상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 / 법률사무소 상현 대표변호사

* 가스인라이팅(Gas Enlighting)은 매일신문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칼럼 공간입니다. '가스라이팅'은 1930년대 가스등을 사용하던 시절 파생된 용어입니다. 가스등을 조금씩 어둡게 해 누군가를 통제하는 걸 의미하는데요 '가스인라이팅'은 그 반대로 등불을 더 밝게 비춰주자는 뜻입니다. 젊은이들의 시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자주 선보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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