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카카오' 대신 '대구로'를 이용한다. 배정된 택시가 전기차인지, 가솔린차인지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다. 길에서는 가솔린차만 잡는다. 전기차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전기차는 바닥에 큰 '리튬 배터리'를 깔고 달린다.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무게중심을 낮춘 것이다. 하지만 좌석 밑에 400~600㎏ 배터리가 있다 보니 쿠션이 얇고 딱딱하다. 또한 전기 모터는 시동이 걸리자마자 최대 출력을 낸다. 비행기가 이륙하는 것처럼 튀어 나간다. 마치 '급발진'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래저래 전기차는 승차감이 떨어진다.
전기차의 가장 큰 위험은 리튬 배터리다. 리튬 배터리는 셀 하나가 손상되면 '열폭주'가 일어나서 인접한 셀이 연쇄적으로 탄다. 전기차에 화재가 발생하면 소방차가 물을 퍼부어도 꺼지지 않는다. 전기차를 물에 담가 식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역시 리튬 배터리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아파트에서 충전 중이던 전동스쿠터 배터리가 폭발해 두 사람이 숨진 사고도 있었다. 가솔린차는 소화기나 물로 불을 끌 수 있지만, 전기차는 그렇지 않다.
전기차에는 급발진 위험도 있다. 전기차는 그 자체가 하나의 전자제품이다. 출발과 멈춤, 방향 전환 같은 기본 동작조차 컴퓨터가 제어한다. 단 하나의 센서 오류가 곧바로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급발진이 소프트웨어 때문이라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직 없다. 그러나 여러 정황상 인과관계가 의심된다. 이 역시 가솔린차에는 없는, 전기차 특유의 위험이다.
전기 모터가 내연 기관보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 때문에 전기차가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졌다. 가솔린차는 연료의 70% 이상을 열로 잃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이 20~30%에 불과하다. 반면 전기 모터의 에너지 효율은 약 90%에 이른다. 감속 과정에서 생긴 에너지 일부를 배터리에 다시 저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은 잘못됐다. 배터리 1㎾h 생산에 탄소 60~100㎏이 발생한다. 즉, 배터리 1개를 만드는 데 탄소 4~7t이 배출된다. 배터리 생산은 친환경적이지 않다. 전기차는 전기로 움직인다. 우리나라는 전기 생산의 약 60%를 석탄과 LNG에 의존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원자력 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사능 유출과 폐기물 처리라는 문제가 뒤따른다. 우리나라 전기차는 '석탄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배터리와 전력 생산까지 고려하면, 전기차는 친환경적이지 않다.
전기차는 생각만큼 저렴하지 않다. 전기차가 싸게 느껴지는 건 보조금이 만들어낸 착각이다. 보조금을 빼면 전기차는 가솔린차보다 500만~1천만원 비싸다. 전기차 원가의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여전히 높기 때문이다. 가솔린차의 엔진과 변속기는 대량 생산으로 가격이 크게 낮아졌지만, 전기차 배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2030년이면 전기차 가격이 가솔린차와 같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아직은 불확실하다.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 리튬 배터리 생산에는 코발트가 필요하다. 전 세계 코발트의 50% 이상이 콩고민주공화국에서 나온다. 그곳 노동자들은 장갑이나 마스크 없이 하루 12~14시간 일한다. 그들 중에는 아이도 많다. 하루 1천원을 받고 코발트 자루를 나르던 한 아이는 갱도에서 추락해 사지가 마비됐다. 이렇게 캐낸 코발트는 현지 중국 기업을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삼성으로 흘러 들어간다.
전기차의 미래는 배터리에 달려 있다. 얼마나 안전하고 효율적인 배터리를 만드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인지 주식시장이 '2차전지'에 열광하고 있다. 구체적인 실적도, 검증된 기술도 없는데 주가가 오른다. 지금의 2차전지 열풍은 지나치다. 거품이 의심된다. 배터리 산업은 긁지 않은 로또와 같다. 유망하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전기차 전환에도 이득과 손실이 있다. 효율성을 얻는 대신 위험과 비윤리성을 감수해야 한다. 주행비는 줄지만 원자력 발전을 늘려야 한다. 도시 한복판에서 불길이 치솟을 수 있다. 코발트 광산에서는 아이들이 착취당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환경을 내세우지만, 결국 자동차산업을 위한 정책이다. 그래서 나는 전기차가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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