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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주도 감당 못해" 36마리 푸들 방치…사체·쓰레기더미 속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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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호딩'에 경찰 수사
지자체 뒤늦게 조치 나서… 재발 우려도 ↑
서구청 "실태조사 후 재발 막겠다"

층층이 쌓인 쓰레기 더미 위에서 푸들이 구조자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반려동물구조협회 제공.
층층이 쌓인 쓰레기 더미 위에서 푸들이 구조자를 바라보고 있는 모습. 반려동물구조협회 제공.

대구 서구의 한 상가건물에서 30마리가 넘는 푸들과 사체가 방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반려동물 인구가 늘면서 동물 방치 사례도 급증하는 가운데 견주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로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반려동물구조협회에 따르면 대구 서구 내당동 한 건물에서는 최근까지 36마리의 푸들이 방치된 채 생활해 왔다. 물건을 쌓아두는 저장강박처럼 동물을 과도하게 들인 뒤 돌보지 못하고 방치·학대하는 '애니멀 호딩' 현장이었다.

실제로 동물들이 사는 방은 쓰레기장을 방불케 했다. 온갖 생활쓰레기와 분변 더미가 성인 남성의 정강이 높이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이곳에서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동물 17마리의 뼈도 함께 발견됐다. 살아있는 개들은 중성화 수술은 물론이고 물과 사료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로 사체와 함께 살고 있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견주 A씨는 3년쯤 전 초등학교 인근에 있는 상가 건물을 임대한 뒤, 전입신고 없이 동물들을 키워왔다. A씨는 해당 건물에 거주하지 않으면서 가끔씩만 방문하는 등 사실상 동물들을 방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동물구조협회 관계자는 "온라인을 통해 동물 관리에 필요한 담요나 사료를 기부하고, 개 미용 봉사에 참여하는 이들이 적잖았다"며 "다행히 5마리가 임시보호자를 만나 보호받고 있고, 나머지 동물들도 무사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게 관심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A씨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지난 24일 협회 신고를 접수한 뒤 일부 사체를 부검한 상태다. 경찰 측은 학대와 질병, 동물 사망과 견주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힐 예정이다.

업계는 A씨 행위가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애니멀 호딩 대부분은 명백한 학대 증거가 있더라도 견주가 자신의 재산이라는 이유로 거부하면 관련 조사조차 제대로 진행되기 어려워서다.

전문가들은 처벌과는 별개로 애니멀 호딩을 저장강박과 같은 정신 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치료 지원도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서병부 대구대 반려동물산업학과 교수는 "정신적 문제를 앓을 때 '집착' 대상으로 반려동물을 과다하게 키우는 일이 발생한다"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심리 치료를 지원하고, 제대로 된 양육법을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구청 관계자는 "사건을 인지한 후 동물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동물복지위원회를 빠르게 구성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실태 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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